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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신간)국정원 직원을 소재로 뻔하지 않게 그린 '로맨스'

‘저녁 8시, 사랑의 시간’ |자언 지음|곁 펴냄

2017-07-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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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자언 작가의 ‘저녁 8시, 사랑의 시간’은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서 있다. 국정원 직원이라는 독특한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소설 전체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만 하는 주인공은 사랑 앞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솔직하다. 그래서 소설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동시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청춘남녀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겪었을 순수한 사랑을 독특한 직업 설정으로 뻔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소설은 국정원 직원인 주인공 임희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몇 년 째 여의도에 있는 은행 직원으로 위장 근무를 하고 있다. ‘은행 직원인지, 국정원 직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는 대학시절부터 인기배우 오현우를 좋아했다. 대학 새내기 땐 그의 팬클럽에 가입했고 꾸준히 그를 지켜봐왔다. 여의도 생활을 하게 된 이후로는 방송국에 들락거리는 그를 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도 품었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현우를 보게 된 현지는 그가 라디오 클래식방송 디제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희지 이야기로 진행되던 소설은 시점을 잠시 현우로 돌린다. 20대 시절 배우로 인기를 누렸던 현우는 이제 40살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막장드라마 노총각 배역밖에 들어오지 않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 역시 20대 시절 팬들과 함께 한 생일파티에서 희지를 처음보고 좋아하게 됐다. 억지로 팬클럽 행사에 참여하며 희지를 만나려 애썼지만 어느 순간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희지가 현우를 본 날 현우 역시 희지를 본다. 현우는 용기를 내지만 그는 희지로부터 그의 이름이 ‘임희지’가 아닌 ‘진은정’임을 알게 된다.
 
서로의 시점이 교차되며 오해가 겹겹이 쌓인다. 그 오해를 풀어주는 것은 현우가 진행하는 라디오다. 신분을 노출할 수 없어 속을 태우던 희지는 급기야 자신의 본명으로 사연을 보낸다. 라디오가 시작되는 저녁 8시마다 두 사람의 진심이 잔잔하게 전파를 타고 흐른다.
 
소설을 집필한 자언 작가는 공감할 만한 주제로 뻔하지 않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작가다. 출간작 ‘하늘에 뿌리 내린 나무’ 역시 죽은 이를 볼 수 있는 한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켜 회사 내 신입사원 생활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냈다. 2014년부터 웹소설로 연재됐던 이 소설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이다.
 
'저녁 8시, 사랑의 시간'. 사진제공=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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