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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유보적이고 모호하고…문무일 검찰총장 '개혁의지' 있나

청문회 전 부터 취임식까지 '개혁 부정적' 자세 일관

2017-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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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문무일 검찰총장이 26일 첫 출근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 최대 과제인 검찰개혁이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검찰개혁 성패에 여부를 두고 벌써부터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문 총장의 검찰개혁에 대한 소극적 또는 부정적 태도 때문이다.
 
문 총장의 이런 태도는 이미 인사청문회 전부터 문제가 됐다. 검찰개혁 핵심추진과제 중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서면답변에서다. 문 총장은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판사가 재판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이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총장의 이런 입장은 인사청문회 때 보다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모두발언에서도 ‘검찰개혁’을 여러번명시적으로 강조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는 결이 달랐다. 박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제가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먼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깊이 새겨 법무부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놨다. 
 
그러나 문 총장의 모두 발언은 역대 총장들과 비교할 때 평이한 수준이었다. 특히 ‘개혁’이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 등 검찰총장으로서 추진할 3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국민이 중심이 되는 검찰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개혁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평가다. 박 장관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작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검찰상을 확립하도록 책임과 노력을 다하겠다”며 구체적인 개혁 과제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서 문 총장은 종전의 기조를 더욱 분명히 했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경찰의 기록이 미흡하거나 실패하거나 의견이 잘못된 경우에는 검찰이 보완수사·추가수사를 지시해 바로잡아 줘야 한다. 또 일부는 특별수사 등 직접 수사를 통해 사회의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답해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대 의지를 명확히 했다.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이해와 관련해서도 거리를 뒀다. 그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에 대해 모두 동의하느냐”고 묻자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다 동의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개혁 유보적 태도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전날 임명식에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문 대통령이 덕담하자 “이번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예전 선배가 가르쳐준 시가 생각났다”며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라고 시작되는 한시를 읊었다. 바라는 것이 서로 반대인 당사자들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는 의미의 시다. 대만 학자 ‘난화이진’의 작품이다.
 
여기서 선배란 김진태 전 검찰총장으로 이해된다. 김 전 총장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찍어내기’ 인사로 사퇴한 뒤 취임했다. 당시 검찰 내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반발이 적지 않았고,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은 검찰 추스르기를 김 전 총장에게 주문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김 전 총장은 당시 자신의 마음을 난화이진의 시에 담아 간부회의에서 암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을 두고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나서 "문 총장이 먼저 한시를 읊고 이후에 문 대통령이 검찰 중립 방안 등을 당부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전날 한시를 인용한 의미를 묻자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바르게 잘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대검찰청 기자실을 인사차 방문했을 때도 “바르게 잘하겠다”고만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 총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어렵게 입을 연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조직 수장으로서 조직의 입장을 (대통령에게)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문 총장의 행보, 특히 문 대통령 앞에서 난화이진의 시를 읊은 것에 대해 개혁에 반발하는 검찰 내부의 분위기와 자신의 생각을 여러번 상징적으로 전한 것이라고 보는 해석이 많다. 검찰을 잘 아는 한 중견 변호사는 “개혁에 대한 명백한 반대 의사 표시이다. 공수처는 몰라도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게 검찰 내 여론이다. 이런 입장을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상당기간 근무한 한 중견 검찰간부 출신 변호사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방향과 검찰의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은 당연히 있다. 착착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검사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명 과정에서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의견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장관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개혁을 추진할 테지만 자신들이 공소유지기관으로만 전락하게 된다면 검찰로서는 사활을 걸고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개혁 과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 헌법학자는 “문 총장이 개혁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후 개혁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이 진심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뜻대로 끌고 가는 것이 곧 청와대의 정치력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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