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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재무탐정의 자산관리)해외투자 전성시대, 환 전략은?…"환헤지 vs 환노출"

"개인 환헤지, 비용 부담 커…투자자산 펀더멘탈 집중이 우선돼야"

2017-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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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내 일은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거야."(셜록 홈즈) 미스터리한 사건을 푸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진 탐정 셜록이 있다면 여의도에는 재무 회계를 읽어주는 ‘맨발의 셜록’이 있습니다. ‘28년 증권맨’ 원강희 KTB투자증권 리스크관리실장(사진)입니다.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탐정 사고방식은 금융투자업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름했다고 합니다. 맨발은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의밉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무탐정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그는 금융 관련 지식을 통찰력 담긴 ‘글발’로 풀어냅니다. 돈의 흐름을 쥐고 다루는 자본시장에 구구절절한 조언은 달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격주로 여의도 맨발의 셜록을 만나 탐정의 시각으로 자본시장을 들여다 봅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저금리 고착화로 기관뿐 아니라 개인들까지 나서며 해외에서 투자기회를 찾고 있는 건데요. 실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의 해외 외환증권투자잔액(시가기준)은 1930억달러로 2011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기관투자자의 해외채권투자는 지난해 기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습니다. 연간 30~60%씩 잔액이 증가하는 놀라운 속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기관투자자별로는 자산운용사와 보험사의 잔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해외자산 신규 수요는 지속적인 확대 추세에 있습니다. 특히 보험사의 해외자산은 운용자산의 10%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해외채권의 경우 1분기 중 112억달러가 증가했고 해외주식도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인기와 주요 투자대상국의 주가 상승으로 같은 기간 투자잔액이 67억달러나 늘었습니다. 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은 기관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보관 중인 개인들의 해외 주식투자 잔액은 작년 8월 63억9000만 달러에서 금년 7월 74억4000만 달러로 약 10억달러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도 해외 부동산 등 해외 자산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의 밑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요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정체 입니다. 고령화와 경제 선진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불가피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혁신에 의한 고성장을 하고 있는 미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서 고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현상은 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다니는 투자자금의 속성상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일본에서도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해외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역사가 이를 경험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둘째 해외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이제는 해외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 외국 증권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증권회사에서도 얼마든지 해외주식투자용 계좌를 열고 해외 주식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환전도 증권회사에서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해외 투자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셋째 환율의 안정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달러당 1000원에서 1250원의 박스권에서 계속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이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마음 놓고 해외 투자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8개월 넘게 지속된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는 리스크에 대한 고민을 키우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해외투자에는 반드시 따르는 환율 변동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해외주식 수익률과 환율 변동률은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갖는데요. 그런데 투자자가해외주식 투자 리스크를 간접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다. 바로 외환 노출도를 변경해 해외주식 투자 리스크를 헤지(위험 회피)하거나 환율 흐름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죠. 환헤지를 말하는 건데요, '환(換)’과 ‘헤지(hedge)’의 결합어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환헤지 여부는 수익과 리스크에 있어 중요한 결정 요인인데요. 환노출은 투자 대상국가의 주식 수익률과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되는 반면 환헤지는 투자 대상의 주가에만 영향을 받습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환헤지 전략을 동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부분 해외주식펀드가 환헤지된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는 목표 환헤지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반면 가장 큰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장기 투자자의 특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주식과 대체투자에 있어 환노출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회보장성 연기금은 내부 투자정책에 따라 목표 환헤지 비율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해외주식에 대한 환헤지는 용어부터 어려운데요. 환헤지와 환노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쉬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최근 몇 년 간은 환율이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만 환율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알 수는 없습니다. 금융위기가 대략 10년 주기로 일어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앞으로 금융위기가 닥치면 환율로 인해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개 위기가 발생하면 달러가 강해지고 우리나라 통화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 자산에 투자할 경우에는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헤지를 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헤지를 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이 매우 좋아져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달러자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환헤지를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목적에 따라서 환헤지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정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만일 브라질의 경제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투자를 한다면 헤지를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브라질의 경제가 좋아지면 블라질의 헤알화도 강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헤지를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다면 헤지를 하는 것 보다는 투자 금액을 줄이는 것이 낫습니다. 만일 그래도 헤지를 하고 싶다면 브라질의 높은 이자율에서 얻는 이득은 포기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브라질의 높은 이자율은 헤알화의 위험을 지는 대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환헤지를 하게 되면 헤알화의 위험은 지지 않게 되겠지만 이 위험헤지에 대한 비용이 높아서 이자율이 큰 이득이 없는 수준으로 깎이게 됩니다. 만일 환헤지를 하면서도 이자율이 높다면 국제적 기관투자가들이 벌써 브라질 채권에 크게 투자를 하여 이익을 가져갔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초과수익의 기회는 없어지게 되는데요.
 
이러한 상태를 국제금융시장의 균형상태 내지는 재정거래의 기회가 없는 상태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해외 투자를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계획하는 투자의 성격을 잘 살펴보고 과연 헤지를 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투자금액 자체를 줄이는 것이 맞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상반기 달러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연초 트럼프 정부의 기대감이 약화되고 미국 경기 모멘텀이 둔화됐으며 상대적으로 강한 유럽과 신흥국 경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해외주식투자에 있어 환헤지가 유리했는데요. 9월에는 FRB와ECB의 정책 이벤트가 대기한 상황이고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외환 변동성의 확대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통상 환율이 상승할 경우(달러 강세) 환노출이 유리하고 환율이 하락할 경우(달러 약세) 환헤지가 유리합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서 900원대까지 하락하며 원/달러 매도를 통한 환헤지 포트폴리오 성과가 더 높았습니다. 올 상반기만 볼 때도 달러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환헤지 포트폴리오가 유리한 환경이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올 초 1207원 수준에서 현재 1130원대로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선진주식 시장에 투자했을 때 연초 이후 환헤지 성과와 환노출 성과는 각각 12.3%, 4.6%를 기록, 그 차이가 7.7%나 벌어졌습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환노출과 환헤지된 전략 성과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환율의 단기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장기 분산투자에 집중하는 기관투자자가 환노출 전략을 취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의 단기 방향성 예측은 힘들지만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의 하락 여지가 제한적인 점을 감안해 하반기 해외주식 투자에서 환노출 전략이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개인투자자가 환율의 향방을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환율은 경제적 정치적 변수에 따라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사실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들도 환율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는 환율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적 투자를 고려하기 보다는 투자 대상 국가 내지는 투자 대상 자산의 펀더멘탈에 더 집중하는 투자를 권고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나라의 국민들이 근면하고 가치관이 건전하다면 그 국가가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또 그 나라의 기업들이 혁신을 잘 하고 그로 인해서 높은 이익을 내고 있다면 그 나라의 주가가 높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투자자들은 좋은 나라, 좋은 자산, 좋은 주식 등을 찾아내는 데에 더 집중하고,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서는 투자 금액을 제한한다든가, 포트폴리오를 분산하여 투자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개인이 환헤지를 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상당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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