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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토마토칼럼)'청년버핏 폭로전' 브레이크 필요하다

2017-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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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고수로 유명한 두 전업투자자의 ‘막장드라마’와도 같은 갈등이 진흙탕 싸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주식투자 카페 ‘가치투자연구소’ 운영자인 김태석씨와 신준경 스탁포인트 이사의 폭로싸움이 장기화하면서다. 수백억원 주식성공 신화의 주인공, 이른바 ‘청년버핏’ 박철상씨 사기 논란을 둘러싼 논쟁에서 시작해 서로의 녹취록까지 까발리는 폭로전을 보노라면 그리 과한 표현도 아닌 것 같다.
 
김 대표와 신 이사에 의해 주식투자로 400억원을 벌었다던 경북대 박철상씨의 투자성과와 경력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이달 초다.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이 기간 김 대표와 신 이사간 설전이 뜨겁다. 김 대표가 신 이사와 박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보면 시작은 신 이사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씨에 계좌 공개를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의혹을 부인하던 박씨는 돌연 백기를 든다. 김 대표가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지금까지 알려진 기사 내용과 말과 행동의 상당 부분이 거짓임을 조금 전 박씨에게 직접 확인했다”고 글을 올리면서다. 박씨는 400억원을 번 것은 거짓이고 홍콩 자산운용사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던 이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스스로 밝힌다.
 
박씨의 양심 고백이 끝나고도 김 대표와 신 이사의 논쟁은 이어진다. 김 대표가 신 이사와 박씨 둘 사이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글을 공개하면서다. 김 대표는 “신 이사는 박씨에 이번 일을 해피엔딩으로 끝내자면서 각자 올린 비방글을 삭제하고 기부금 전달식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외부에는 신 이사가 박씨 사기 행각을 밝혀낸 이 시대의 정의로운 영웅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 이사도 결국 본인 영업에 박씨를 활용하려 한 게 아니겠냐는 얘기다. 김 대표는 최근 신 이사, 박씨와 나눈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기부라는 신성한 이름을 이용해 자신을 포장하고 온갖 거짓말로 세상을 속인 한 청년(박씨)의 정체가 탄로난 데 그치지 않고 그 사기꾼의 명성을 이용해 다시 한번 더 자신을 포장하려 했던 추잡한 협잡꾼(신 이사)의 이야기”라고도 비판했다. 그리고 신 이사에 “150억원이 있다는 계좌를 공개하고 인증하면 나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한다. 처음 박씨에 “진짜 400억원을 벌었다면 계좌를 보여달라. 사실이라면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게시한 신 이사의 압박 글을 그대로 따서 썼다.
 
곧이어 신 이사도 공격에 응수한다. 김 대표의 주장은 황당하고 이번 이슈로 주목 받지 못한 것에 화가 나 시비를 거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다. 김 대표가 주식으로 벌었다는 200억원 자산에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가짜 청년버핏 사건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공방의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어떤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서로에 남을 생채기는 분명하다. 하지만 감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박씨 사기가 뒷전이 된지는 오래다. 박씨로 인한 잠재 피해자 구제책 마련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볼수록 불편한 공방에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현정 프라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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