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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원지, 6년래 '최고가'…판지업계 '울상'

아세아제지도 가격인상 가세…원지가격 폭등 현실화

2017-08-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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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골판지 산업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원지업계가 최근 6년새 가장 높은 원지 가격을 통보하면서 영세 판지업계가 초상집 분위기다. 이달 초 2곳의 원지업체가 가격인상을 통보한 데 이어 줄줄이 인상안을 통보하고 나섰다. 나머지 메이저 2곳 역시 이번주내 통보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2월에 이어 5개월 만에 원지 가격 인상을 통보하게 되는 것으로 인상안이 반영될 경우 1년 사이 원지가격은 70% 가량 인상된다. 인상된 원지를 그대로 사들일 수밖에 없는 판지업체와 자제조업체는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진피앤피는 원지를 공급하는 골판지 업체에 오는 21일부터 톤당 42만원에 거래하던 골심지(S120)를 21% 인상한 51만원에 공급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원지사들이 판지사에 원지가격 54만원을 통보했던 2011년 이후 6년만에 최고치다. 지난 6년간 30만원~40만원대 초반에 공급됐던 골심지 가격이 결국 50만원대까지 오른 것이다. 골판지는 이면지, 골심지, 표면지로 구성된다. 태림그룹 계열의 동원페이퍼는 16일부터 이면지 가격을 기존 톤당 40만원에서 48만원으로 인상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1~2곳의 원지업체가 가격인상을 통보하면 이어 나머지 4~5곳도 판지업체에 인상된 가격과 인상 시점을 통보한다. 이번 가격 인상 과정 역시 아진피앤피와 동원페이퍼를 시작으로 원지사들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0일 한솔페이퍼텍은 표면지, 골심지, 이면지 모두 톤당 8만원을 인상시켰다. 이어 지난 16일 아세아제지 역시 표면지와 이면지를 톤당 8만~9만원 인상시켜 오는 23부터 반영한다고 통보했다. 현재 골판지 시장에서 원지,원단, 상자 제조의 모든 과정을 계열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일괄기업은 4곳이며, 원지, 원단, 상자 제조를 한 법인에서 운영하는 일관기업은 2곳이다.
 
현재 일괄기업 4곳 가운데 2곳(태림, 아세아), 일관기업 아진피앤피, 여기에 한솔페이퍼텍까지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황이다. 메이저업체의 절반 이상이 가세하면서 가격인상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나머지 메이저업체인 대양그룹과 삼보판지 역시 이번주내 가격인상안을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형사들이 모두 가격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을'의 위치에 있는 판지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가격을 다음달 결산일에 반영하게 된다.
 
지난해 7월와 올해 2월에 이어 또 다시 원지 가격이 인상될 조짐이 일자 판지업체들의 생존에 대한 위협도 한층 커졌다. 원지의 주재료인 폐지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원지 가격을 인상하는 제지사와 달리 판지사는 인상된 원지 가격을 원단에 이어 상자에까지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지와 함께 원단, 상자를 제조하는 일관·일괄업체들이 상자 가격에는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은채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2월에 걸쳐 인상된 원지 가격은 40~50% 가량이다. 이 경우 상자 가격 역시 30% 인상돼야 하지만 실제 10% 가량만 인상되는 데 그쳤다.
 
골판지 상자제조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상자를 판매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며 "계열사가 있는 대형사들은 그 적자를 올린 원지가격으로 충당하지만, 제지사가 없는 판지사와 상자제조업체들은 고스란히 경영난으로 이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골판지 업계는 원지 가격 인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것과 인상시 계열사의 판지와 상자 가격에 즉각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일관·일괄기업들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행위는 중소 골판진 전문기업의 생태계 붕괴를 가속화시킨다"며 "계열사 판지와 상자 가격 인상의 연동시기를 늦추거나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는 불공정 행위가 이어질 경우 중소 골판지 업체들은 줄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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