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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수술대 오르는 포괄임금제, 관건은 '임금수준'

노동시간 따라 임금 줄어들 수도…당장 입법보단 가이드라인 마련

2017-08-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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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게임 개발업체 등을 중심으로 만연한 포괄임금제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포괄임금제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데 더해, 정치권에서도 포괄임금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일정액의 초과수당(연장·야간·휴일)을 월 정액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방식의 근로계약 형태다. 대법원은 정확한 노동시간 측정의 어려움, 회계상의 비효율성 등을 감안해 포괄임금제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판례는 개별 사례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기 때문에, 모든 포괄임금제를 합법적인 임금체계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포괄임금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업종별(산업별) 예외를 두고, 나머지 업종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포괄임금계약을 금지할 방침이다.
 
관건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경우 기본급을 비롯한 임금수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다른 임금 구성항목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초과수당만 뺀다면 통상임금은 유지되지만 정액급여가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실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한 초과수당이 기존에 포괄임금으로 지급받던 초과수당보다 많다면 총액급여가 늘어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총액급여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정부도 법률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것이 당장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임금체계 개편에는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여부에 따라 노동자 과반의 의견 수렴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협의 과정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되 임금수준을 보전할 여지가 있다. 반면 법률로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게 되면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돼버려 노측엔 협상의 여지가 사라진다. 특히 총액급여가 줄어드는 모든 사례가 판례 등에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으로 판단되진 않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구제를 못 받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단 실제 이뤄진 초과노동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을 줄일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에서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돼도 임금수준(정액급여)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임금은 소정노동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으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수당까지 포함된 고정급을 의미한다. 반면 포괄임금계약에 따라 정액급여에 포함된 초과수당은 소정노동이 아닌 초과노동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유급휴가수당, 연월차수당 등을 줄일 목적으로도 악용 가능하다. 다만 정액급여에 포함된 초과수당이 실제 노동시간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면 정액급여 전체를 소정노동에 따른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통상임금 감소는 명백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포괄임금제가 폐지돼도 정액급여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에서 어디까지를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가는 계약서가 아닌 실제 노동시간과 지급된 임금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초과노동 유무에 관계없이 제수당이 정액급여에 포함돼 지급된다면 그 자체를 통상임금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출범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강한노동세상 김철홍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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