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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특별기고)‘정치검사’만 문제일까?

2017-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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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검찰개혁의 주된 방향은 ‘정치검사’로 향하고 있다. 그러데, 필자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검찰개혁을 말하고 싶다. 과연 ‘정치 편향적’ 검사만 문제일까? 오히려 대부분 국민의 삶은 정치검사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자신이 관련된 일반 형사사건에서 얼마나 공정한 수사절차를 보장받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수사의 주재자이자, 공소유지권자로서 검사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검사의 수사과정이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동의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변호사단체 설문조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일반 형사사건 수사절차에 관한 국민의 불신은 단지 법의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일까? 현재 진행 중인 검찰개혁과제가 정치검사 몇 명 퇴직시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형사변호인으로서 겪은 몇 개의 사건들로부터 충분히 확인된다.
 
우선 수사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진술거부권 등 적법절차가 잘 보장될까. 검사의 소환조사는 ‘진술거부권’으로 시작한다. 검사나 수사관은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검사의 질문에 피의자가 머뭇거리거나 검사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구속영장청구를 암시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황토색 옷을 입어보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라는 말은 일반인에게 상당히 위협적이다. 피의자의 진술중간에 말을 끊어 제압하기도 한다. 심지어 검사는 ‘나하고 지금 한번 해보자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수사관에게 조사를 맡기고는 자기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개인적 전화통화를 하는 검사도 여럿 목격된다. 이렇게 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식상 검사가 조사한 것으로 서명·날인되어 법정에 제출된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접견권은 잘 보장될까. 어느 날 필자는 의뢰인인 구속피의자가 검사실에 수사를 받고 있기에 검사실에 접견하러 간적이 있다. 의뢰인은 수갑을 찬 체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사에게 변호인 선임서를 제시하면서 ‘단 5분’이라도 접견을 해달라고 했다. 검사는 수사 중이니 변호인 접견이 안 된다고 했다. 관련 형사소송법 조항과 판례를 설명하여 법리논쟁 끝에 변호인 접견권을 행사 할 수 있었다. 당시 검사실의 풍경을 그려본다. 담당검사는 접견 중인 피의자와 변호인 중간에 팔짱을 낀 채 서있다. 담당검사는 ‘변호인과 피의자의 대화’를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변호인과 피의자의 접견은 누구도 임의로 들을 수 없다는 대법원과 헌재 판례는 완전히 무시되는 순간을 맞이하였다.
 
검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수사과정에서 제출한 증거는 잘 검토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법원에 제대로 제출할까. 최근 1년간 계속된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변호인이 경찰-검찰수사과정에서 제출한 수십 건의 증거가 모두 빠져있었다. 수사초기 경찰서에 낸 변호인의견서 일부만 존재했다. 증거목록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십 건의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공소유지에 불리한 증거는 모두 빼버리고 기소한 것이다. 2번이나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어 검사의 심기는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사의 심기불편은 형사소송법과 무관하다. 한 발 더 나아가 공판검사의 태도는 잊을 수가 없다.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사건이므로, 변호인이 증거제출하는 증거에 소위 ‘실권효’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인의 증거제출요구에도 공판검사는 거부했다. ‘검사는 변호인이 수사과정에서 증거로 제출하더라도 법정에 제출할 의무는 없다’라고 답변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검사의 객관의무는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상황이다.
 
몇 년 전 참고인 8명이 검찰청에 출석해서 아무도 진술을 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검찰수사관은 변호인을 의심했다. 검찰수사관은 나의 수임내역과 입금계좌를 물어보았다. 급기야 변호인의 사무실까지 찾아왔다. 참고인 통지서를 전달하러 왔다고 하면서 사무실 직원과 변호사 수를 물었다. 검사는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변호인과 참고인, 피의자간 통화내역’을 통신사에 조회하였다. 통화내역을 기초로 조직도를 만들어 수사보고서에 첨부하여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그 조직도에는 변호인인 필자의 이름과 통화횟수가 큰 동그라미속에 기재되어 있었다. 변호인이 범죄조직원이 된 셈이다. 검사는 변호인이 의도적으로 참고인들의 진술거부권을 기획했다는 취지를 재판부에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변호인과 피의자간 SNS 대화내용을 구속이 필요한 증거로 제출된 사건도 있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구속을 필요로 한 증거로 검사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법무부나 검찰수뇌부는 알고 있을까.
 
필자가 실제 경험한 사례를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 한마디로 검사는 ‘두려움이 없는 존재’다. 검사는 수사지휘권, 구속영장청구권,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검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눈과 말에 관심이 없다. 오직 조서작성과 수사의 효율성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에게는 객관적 증거중심의 수사는 먼 미래의 일이다. 검사에게 불리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언제든지 검찰청 캐비닛에 묵혀질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개혁이 정치검사 퇴출에 매몰되지 않기를 빈다. 일반 국민이 수사과정에서 헌법과 법이 정한 권리를 잘 보장받는다는 신뢰는 언제쯤 형성될까. 부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상식이 통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오영중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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