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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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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황금주파수' 받고도 콘텐츠는 무관심

"95%가 기존방송과 동일 화질…기존 제작물 전환하는 실정"

2017-09-21 17:20

조회수 : 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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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구슬을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다. UHD(초고화질) 방송을 상용화하겠다며 정부로부터 700㎒ 주파수를 받아갔지만, UHD 방송 콘텐츠 보급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지상파 UHD 방송 환경을 갖춘 가구는 전국에서 3만3575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TV수상기 보유 가구 중 겨우 0.1% 수준이다. UHD 보급이 낮은 것은 UHD를 수신할 수 있는 TV가 적고, 변환 셋톱박스 판매가 저조한 탓도 있지만 지상파가 관련 콘텐츠를 제대로 제작·보급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김희경 한림ICT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는 "UHD 콘텐츠의 부족과 편성의 문제로 소비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볼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 없는데 비싼 돈 들여 장비를 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지상파의 UHD 콘텐츠 편성률은 5%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가 UHD 방송을 도입하며 합의한 의무편성 비율만 지키는 수준이다. 의무편성 비율은 올해 5%를 시작으로 2018년 10%, 2019년 15% 등 매년 단계적으로 5%씩 높이도록 돼 있다.
 
이러다 보니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하루 평균 1시간짜리 UHD 프로그램 1개가 겨우 제작되는 실정이다. 익명의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오리지널 UHD 콘텐츠는 적고, 기존에 제작된 프로그램을 UHD로 전환(업스케일링)한 게 더 많다"며 "95%의 방송이 기존 화질과 동일한 상황에서 누가 UHD TV를 사겠다고 하면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가 UHD 방송을 조건으로 700㎒ 주파수를 할당받았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지상파의 무책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700㎒ 대역은 신호가 멀리까지 도달하되 잡음이 거의 없어 경제적인 방송통신이 가능, '황금 주파수'라고까지 불렸다. 이에 2013년 무렵부터 해당 주파수 대역을 차지하려는 이동통신사와 방송사의 대립이 치열했다.
 
김희경 연구교수는 "UHD 콘텐츠 편성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므로 방송사 재정상황 등을 고려하면 UHD 보급률이 낮은 것을 지상파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통사에 700㎒ 주파수 대역을 안 뺏기기 위해 당장이라도 UHD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는, 막상 주파수를 가져가서는 재정 등을 이유로 전혀 제작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 측은 "정부와 협의한 UHD 방송 의무편성 비율이 올해 5%고, 방송사들이 이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근거로 콘텐츠 보급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스마트폰과 달리 TV는 교체 주기가 10년 정도고, 의무편성 비율은 이 교체 시기에 맞춰서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UHD(초고화질) 방송 시청 모습.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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