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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법원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합헌…시대적 가치관 변경 없어"

비시각장애인 고용 마사지업자, 2심서도 유죄

2017-10-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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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안마사로 고용해 마사지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업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업자는 시각장애인만을 안마사로 인정하는 의료법 조항도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재판장 이헌숙)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판결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미 여러 차례 의료법 제82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고, 이후 위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새롭게 할 시대적 가치관이 변경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결했다.
 
한씨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신의 마사지업소에서 안마사 자격이 없는 종업원 A씨가 손님으로부터 돈을 받고 안마를 하도록 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한씨는 안마사 자격 인정을 시각장애인에게만 부여하는 의료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함께 했다.
 
1심은 한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대상 조항은 신체장애인 보호에 대한 헌법적 요청, 장애인복지정책의 원칙 등에 바탕을 두고서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그들에게 삶의 보람을 얻게 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안마제도는 생활 전반에 걸친 유·무형의 사회적 차별을 보장해 주고 실질적인 평등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고, 생존권 보장과 관련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적절하게 형량한 것"이라며 "이 법률조항으로 얻게 되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 등 공익과 그로 인해 잃게 되는 일반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사익을 비교해 보더라도 법익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검사는 2심에서 올해 3월 같은 장소에서 안마사 자격이 없는 종업원 B씨가 돈을 받고 안마를 한 사실을 추가로 적발해 한씨의 혐의에 대한 공소장변경 허가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가하면서 1심판결을 파기했지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형량은 그대로 벌금 100만원을 유지했다.
 
의료법 제82조 제1항을 보면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고등학교에 준한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물리적 시술에 관한 교육과정을 마친 자, 중학교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과정을 마친 자에 해당하는 자로서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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