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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시론)또 다른 재소자

2017-10-16 06:00

조회수 : 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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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으뜸 정책을 꼽으라 하면 일자리 정책이 떠오른다. 일자리 대통령을 약속하였고, 취임하자마자 일자리 현황판을 집무실에 설치하고 매일 고용상황을 확인하겠다고 공약하였다.
 
대통령 취임 5개월이 지난 현재 일자리 상황은 어떠한가. 대통령의 관심과 노력에도 개선 상황은 뚜렷하지 않다. 북핵 위기와 요동치는 한반도 상황은 경제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일자리 창출 여력을 떨어뜨린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대외 환경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 여소야대의 정치 환경 역시 정부의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이 그 나마 고용 개선을 위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1년도 안된 정부에 결과를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다만 일자리 위기를 해결하려는 청사진이 분명치 않고 정책 추진 강도가 약화되었다는 비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대기업·수출 중심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촉진으로 내수 활성화 및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주창하였다. 또한 고용 확대를 위해 임기 5년간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논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반발 등이 표면화하면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노동시간 단축, 조세 및 재벌 개혁 등 경제 패러다임의 전면 전환을 위한 후속 조치들이 지지부진하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의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는 233만6000개(일반정부 199만개, 공기업 34만6000개)이다. 총 취업자 수 대비 공공부문의 일자리 비율은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 평균인 21.3%에 턱 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문 대통령 대선 공약대로 공공부문에 17만4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져도 10%를 넘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행정공무원이 아닌 소방관, 사회복지전담, 교사, 경찰관, 근로감독관 등 국민의 안전과 치안, 복지를 위한 고용 확대이며,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자리이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일자리들이 너무 많다. ‘죽음의 직장’으로 변한 집배원 일터, 또 다른 재소자(the other prisoner)로 불리는 교정공무원이 그들이다. 2012년부터 올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218명의 직원이 사망했다.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교정공무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교정공무원은 24시간 근무가 필수인 까닭에 장시간 노동이 만성화해 있다. 야간교대 근무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796시간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과로사 의심 사안을 포함한 교정공무원의 재직 중 사망 건수는 모두 84건에 이른다. 2016년 제주교도소에서는 4월 한 달 동안 윤번휴무일에 쉬지 못한 야간 교대근무자가 출근 후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 마비증세로 장기 입원 중에 있는 등 최근 교도관 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2016년에 13명, 2017년 9월 현재 12명이 사망하였다.
 
장시간노동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인력 충원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24시간 연속 근무가 필수적인 교정공무원의 교대제는 4부제로 운영 되고 있다. 경찰공무원들과 같이 ‘주간-야간-비번-휴무’의 4조 2교대가 아니라 인원 부족으로 ‘주간-야간-비번-윤번’의 기형적인 4부제를 운영한다. 야간근무 교도관의 경우 첫날에는 주간 근무, 둘째 날은 오후 5시부터 셋째 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한 뒤 휴식하고 넷째 날은 교대로 쉬거나 근무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출정(出廷)과 직원이 야간근무를 하거나 야간근무 교도관이 넷째 날 비번 근무를 챙기지 못 하는 것이 일상화했다. 8일에 한 번 휴무가 있지만, 그것도 인력 부족으로 지원근무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장시간 근무에 따른 낮은 직무 만족도와 탈진감은 교정공무원의 높은 이직률로 귀결된다.
 
국내 구치소·교도소의 평균 수용률(수용인원/수용정원×100)은 122.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가까스로 면한 수준이다. 헌법재판소도 교정시설의 수형자 1인당 면적을 2.58㎡(약 0.78평) 이상으로 넓히라고 판결했다. 현재의 시설로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였지만 위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도소 건물은 지었지만, 인력 부족으로 교도소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교정공무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정공무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해소는 당사자들의 권리일 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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