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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강원 명물 '춘천풍물시장'으로 오세요

민속5일장, 주말 겹치면 최대 10만명 찾아

2017-10-19 06:00

조회수 : 8,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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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등산복 차림으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상기된 얼굴로 상인과 가격을 흥정하는 시민들의 모습들도 눈에 종종 띈다. 호떡이 든 종이컵을 고사리 손으로 쥐고 먹는 아이도 있다. 5일장이 서는 지난 17일 찾은 강원 춘천 풍물시장은 열심히 고객을 부르는 상인들과 시장을 찾아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경기 분당구에서 출발한 기자는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역에 9시40분쯤 도착했다. 청량리역에서 열차에 몸을 실으면 1시간30분 만에 남춘천역에 닿을 수 있다. 1번 출구로 나와 온의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면 도보로 4분 걸리는 곳에 풍물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풍물시장은 남춘천역 교각 밑에 있다. 본디 춘천 약사동에 있었지만 2011년 이곳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지방 시장이라고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시장 한쪽 끝에서 출발해 다른 쪽 끝까지 세로 방향으로 1.5km가량 된다. 
 
2·7일, 매월 6일 열리는 민속 5일장은 풍물시장의 자랑으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춘천시뿐만 아니라 가평·양구 등 인근 시·군에 있는 상인들이 이곳에 모인다. 5일장에서는 140여개 점포와 1000개 이상 노점상들이 풍물시장의 맛과 멋을 만든다. 하루 평균 4만~5만명의 손님들이 찾는데, 주말과 장날이 겹치면 최대 10만명의 손님들로 북적여 교차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남춘천역 14개 교각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춘천풍물시장은 남춘천역에서 도보로 4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장 한 쪽에 자리 잡은 돈가스 전문점 '쉬어가는 나무'의 상인 배금순(52)씨는 다음 장날에 맞춰 가게 오픈 준비에 한창이었다. 약사동 시절 배씨의 어머니가 김치 전문점을 했고, 배씨는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풍물시장에서 돈가스 가게를 열게 됐다. 배씨는 "시장에 볼거리도 많고 춘천에 놀 거리도 많다"며 "5일장이 열리면 춘천에서도 서울에서도 손님들이 오신다"고 말했다. 풍물시장은 5일장이 없는 날에도 영업하는 상설시장이지만 아무래도 5일장이 대목이다. 배씨는 "특산물, 산나물, 가을철 버섯 등 산지 수확물이 풍물시장에 모인다"며 "손님들은 산지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되는 싱싱한 물건을 바로 살 수 있다"고 했다.
 
춘천풍물시장에서 돈가스 가게 '쉬어가는 나무'를 여는 배금순씨. 사진=뉴스토마토
 
옷가게 '센스'를 운영하는 표순자(54)씨는 약사동 시절부터 17년째 풍물시장 패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곳은 '중장년층을 위한 최고의 패션'을 표방한다. 표씨는 "약사동 시절 풍물시장보다 현재의 풍물시장에서 매출이 2배 이상 올랐다"며 "주변에 풍물시장이 소문이 많이 난 거 같다"고 웃었다. 풍물시장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질 좋은 물건을 정직하게 파니 장사가 잘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씨는 풍물시장에 대한 애정으로 시장 발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시장의 주 고객층은 50~60대인데, 30~40대 젊은 고객들도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표씨는 "풍물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맛집이 늘어나고 특화할 수 있는 점을 발굴하면 좋겠다"며 "상인들이 친절로 무장해 손님을 맞이한다면 젊은 고객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표순자씨는 약사동 시절부터 풍물시장에서 17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낮 12시쯤 기자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시장 안 한 식당에서 막국수, 감자전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풍물시장 내 점포라면 어디에서든 카드결제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점심시간에도 시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노점상을 하는 60~70대 고령의 상인들은 손수 싸온 도시락을 틈틈이 먹으며 배를 달랬고, 엿장수 상인은 노래를 틀고 흥겨운 몸짓으로 신나게 엿을 잘라댔다.
 
풍물시장 5일장에는 없는 게 없었다. 어묵·호떡 등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장을 보는 손님들이 많았다. 신선한 생선을 파는 어물시장이 열렸고, 부여산 국산 송이버섯과 강원 횡성 더덕을 팔았으며, 신발·옷 등 공산품이 있었다. 상인과 흥정을 마치고 돈을 지불한 고객의 손에는 저마다 검은색 비닐봉투가 손에 쥐어졌다.
 
아들과 함께 풍물시장을 찾은 한 70대 어르신은 "시장에 가끔 오는데 덤으로 하나 더 주고 그런 인심이 좋다"며 "마트보다 물건 값도 싸고 먹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손녀딸과 함께 시장 한 편 잔디광장에서 쉬고 있던 60대 윤모(여)씨는 "풍물시장은 교통이 편리하고 소양강·의암댐·삼악산·스카이워크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며 "장이 열리는 날이 주말과 겹치면 사람들로 꽉 찬다"고 말했다.
 
풍물시장은 춘천에 있는 9개 상권 중 전통 재래시장의 성격이 가장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은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풍물시장은 전통의 멋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시장 주변을 대형 영화관, 신축 우체국·주민센터,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대형 마트 등이 둘러싸고 있지만 풍물시장은 상인과 소비자가 교감하며 어우러지는 물물시장 전통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임병철(57) 상인회장(야채가게 '야채사랑' 운영)은 풍물시장의 가치를 힘주어 말했다. 임 회장은 "전통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지만 상인들의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며 "할머니 등 노점상인들이 장이 열리는 날에 오셔서 단 얼마라도 판매해 소득을 올리고 그 집 살림에 10%, 20%라도 기여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민계층과 소규모 가내공업, 농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전통시장은 물건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기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풍물시장은 지역을 넘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교통이 편리해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고 춘천에 있는 여러 위성시장들이 집결하는 모(母) 시장의 성격을 띠는 점이 장점이다. 2량의 열차를 이용해 홍보관과 쉼터가 조성되고, 교각 14개에는 김유정 소설 ‘동백꽃’을 모티프로 벽화가 그려진다. 내년에는 야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푸드바이크 사업이 실시된다. 주차 공간이 확보되고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할 수 있도록 지붕(아케이드) 설치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풍물시장은 19~31일까지 진행되는 '전통시장 가을축제'와 연계해 열린다. 오는 28일 풍물시장에서는 가수공연, 마술공연, 복닭복닭 요리교실,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 노래자랑 대회가 펼쳐진다.
 
지난 17일 춘천풍물시장에서 5일장이 열렸다. 주말에 장이 서면 최대 10만명이 찾는 지역 명물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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