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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유남석 후보자가 '성평등 걸림돌'?…판결·재산내역 살펴보니

국민 알 권리·재산권 등 두텁게 보호…노동·성평등에는 보수적 평가도

2017-10-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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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은 단골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전남 목포가 고향이면서도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출신 면에서 균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 내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모아왔다. 특히 1988년 대법원 구성의 민주화와 김용철 대법원장의 유임 저지를 위한 2차 사법파동의 핵심 멤버로도 활동한 점이 강점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력에 더해 평판사와 부장판사 시절 헌법연구관과 수석부장연구관으로 각각 2년씩 총 4년을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헌법을 연구하면서 유 후보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양쪽 모두의 유력한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부터 대법관·헌법재판관 단골후보
 
우선, 박한철 헌재소장(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유정 변호사와 함께 유력하게 지명되다가 이 변호사가 낙마한 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이상훈·박병대 대법관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2016년 6월 이인복 대법관 퇴임 때도, 2012년 6월 박일환 대법관 등 대법관 4명이 한꺼번에 임기를 마쳤을 때도 유력 후보로 지목됐다. 2012년 8월 김종대 재판관 등 헌법재판관 4명이 퇴임했을 때에도 같았다.
 
법원이나 헌재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의 평을 들어보면 유 후보자는 민사·행정재판과 헌법재판, 법이론, 사법행정 등에 모두 능하면서도 합리적이고 편안한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대전, 수원 등 일선 주요 일선 법원에서 오랫동안 재판을 지휘했고,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도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상사 전담부를 맡아 이엘스(ELS), 키코(KIKO) 사건 등 경제적으로 파급력이 컸던 사건을 맡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로 장기해외연수를 갔을 때에는 Bonn대학에서 민법을 연구해 비교법 분야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으로 재직하면서는 집중심리 등 재판절차 개선과 사법제도 개혁에도 일조했다. 고위법관이 되어서는 법원장에서 부장판사로, 다시 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법원장 제도 개선안에 따른 평생법관제 시행에 앞장서기도 했다.
 
헌법연구회장으로 활동 법원 내 최고 헌법전문가
 
헌법 재판과 관련해서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제도 등과 관련된 여러 논문을 저술했고 법원 내 학술단체인 헌법연구회 회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했다.
 
법원 내, 최고의 헌법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여러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특히 개인의 알 권리나 재산권 등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한 판결이 많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검찰보존사무규칙은 사건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해 주목을 끌었으며, 대한예수교장로교회 소속 교회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택지개발지구 내 종교부지 분양을 받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는 “종교의 자유와 종교 부지의 자유는 다르다”고 판결해 교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외에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철거민들에게 국민주택을 특별공급하면서 부득이 신청기간(6개월)을 넘겼다는 이유로 신청권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 반국가단체 활동과 반미 활동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 기록을 고소인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 등도 지금까지 주목받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동, 성평등과 관련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정부가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을 벌였던 노조원들에 대해 탈퇴를 종용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전국철도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 유 후보자는 노조결성이 허용된 철도청의 경우도 노조가입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 부당해고 소송 패소판결
 
2005년 1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로자가 억울하게 해고됐다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구제신청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하도록 정해져 있었지만 해고의 부당성 여부를 심리조차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다.
 
유 후보자는 서울행정법원 4부 재판장 시절인 2005년 2월, 직급정년제에 걸려 40세에 조기정년퇴직을 해야 했던 정영임씨 사건의 성차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대법원 헌법연구회장으로 활동하던 2013년 1월에는 대법원 판결에 제동을 건 헌재 결정을 공개비판하는 세미나를 주관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헌재는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 위촉위원을 공무원으로 보고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 결정했는데, 유 후보자가 회장인 헌법연구회와 노태악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회장으로 있는 형사법연구회가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적 입장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법관들로 이뤄진 두 개의 연구회가 공통 주제로 세미나를 마련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하자 우리법연구회 탈퇴
 
유 후보자는 진보적 성향의 법관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개혁적 인상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유연한 입장을 취한 적도 있었다. 2005년 9월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장에 지명되면 우리법연구회 연장자들에게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 젊은 법관들은 모르지만 부장판사들은 탈퇴하는 것이 좋다’고 하겠다”고 말하자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광범 광주고법 부장판사가 탈퇴한 데 이어 유 후보자 역시 우리법연구회를 탈퇴했다.
 
유 후보자는 고위공직자 치고는 재산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독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해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이 발표되면 이목을 끌었다. 2005년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면서 처음 공개된 그의 재산 내역에는 가치가 평가되지 않은 동양화 4점이 포함돼 있었다. 모두 원로 한국화가인 민경갑 화백 작품으로, 유 후보자는 2008년 재산 공개시 이 동양화들의 총 가치를 6500만원으로 신고했다. 2015년 3월 공개된 유 후보자의 재산내역을 보면 동양화가 3점으로 줄었다. 작품 가운데 '비구상'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가 동양화를 보유하고 있었던 데에는 아내와 무관하지 않다. 민 화백은 유 후보자의 장인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남석(60) 광주고등법원장이 1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에서 퇴근하기 앞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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