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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군산조선소 재가동 '희망에서 좌절로'

2017-10-23 17:40

조회수 : 5,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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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기대감으로 부풀었다가 다시 말 한마디로 좌절까지 이르는 데 석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월1일 도크를 폐쇄한 후 재가동의 소문만 무성했던 군산조선소 이야기다.
 
지난 7월28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군산조선소가 2019년부터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달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오갑 부회장과 23일 출석한 강환구 사장은 "2019년 조선소 재가동은 하나의 희망사항"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석달 새 말과 말 사이에서 현대중공업이 꺼낸 것은 숫자뿐이다. 한국 조선을 대표하는 1위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망각됐다.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래 공사기간만 3년에 총 사업비 1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180만㎡(약 54만평) 부지에 25만톤급의 선박 4척을 한 번에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130만톤급 도크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까지 들어갔다. 군산시는 물론 전북도의 전폭적 지원까지 더해졌다. 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군산시와 80여개 협력업체 5600여명의 밥벌이까지 책임졌다.
 
조선소 준공 당시는 조선업의 황금기 끝자락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수주가 위축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현대중공업은 "2011년까지의 일감이 확보됐다"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하지만 겨우 6년을 못 버티고 지난 7월1일 현대중공업은 일감 부족을 이유로 군산조선소의 문을 닫는다. '일감 부족' 한마디에 군산 지역경제가 풍비박산이 났다.
 
현대중공업의 경영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2010년 5조60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조6419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최근 지표는 업황이 조심스레 회복세로 돌아선 신호로도 작용한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이날 폴라리스쉬핑에서 32만5천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 5척을 추가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이 이날까지 수주한 실적은 총 110척(67억달러)으로 연초 목표(75억달러)의 90%를 달성했다. 지난해 60억달러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은 이미 현실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현대중공업 수주가 1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국감에서 뱉어진 현대중공업의 '말'은 경영 악화에 따른 군산조선소 폐쇄의 정당성만 강조한다. 업황 회복의 조짐은 외면해 조선소 재가동에 대한 정부의 기대와 지역사회의 열망, 노동계의 소원은 저버렸다. 더 이상 군산조선소 재가동 시점만을 물을 게 아니다. 그보다 국내 조선업을 대표하는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취할 행동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산업1부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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