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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CJ 이재현 회장 '선택과 집중'…30년 제약사업 철수

CJ헬스케어 매각 공식 발표…신약 불확실성·투자 부담 배경된 듯

2017-11-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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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CJ(001040)그룹이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매각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은 복제약 위주 사업 구조여서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소재 등 주력사업을 확대하고 나머지 사업은 과감히 개편하겠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CJ그룹은 지난 3일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헬스케어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매각 상대는 사모펀드로 점쳐진다.
 
CJ는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해 제약사업부를 확대했다. 2014년 제약사업 부문 분사를 결정했다. 같은 해 100% 자회사 형태로 CJ헬스케어를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33년만에 시장 철수를 전격 결정한 것이다.
 
CJ헬스케어는 초기 수입의약품의 국산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1986년 B형 감염 백신인 '헤팍신-B'를 출시해 간염 국산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1998년 국내 최초, 세계 3번째 빈혈치료제 EPO 개발 성공해 바이오 의약품 분야 기술력을 진일보시켰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제약사임에도 글로벌 신약 R&D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10대 제약사로 성장했지만 해외진출과 신약개발 성과는 미진했다.
 
지난해 매출액 520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사업 실적은 지난해 2280억원이다. 항궤양제 '라베원(134억원)', 루케어(98억원), 고혈압치료제 '암로스타(57억원)' 등 주력제품들은 개량신약이나 복제약이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지만 시장 지위와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복제약 위주 사업 구성이 기존 제약사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영업 기반을 갖춘 전통 제약사들과 경쟁에서도 밀리는 형편이다.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이 상위권에 올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CJ헬스케어 출신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장기투자와 일정한 계획이 중요한데, CEO가 바뀔 때마다 기존 핵심 프로젝트를 접고 사업 방향이 변경되기 일쑤였다"며 "파이프라인이 CEO 임기에 따라 신약과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복제약으로 중구난방 변경돼 일관된 R&D 방향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은 올해 경영에 복귀 후 '월드베스트 CJ'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식품·소재 등 주력사업에 9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반면 제약사업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규모 투자를 강행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은 단기간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여년 이상, 1~2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 변수가 너무 많아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CJ헬스케어를 매각하기로 이재현 회장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CJ는 지속적으로 CJ헬스케어의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해부터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 지표 개선에 신경을 써왔다"며 "모 글로벌 제약사와 매각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회장의 구속으로 중지된 적 있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매각이든 성장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거론하고 있다.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CJ그룹과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CJ헬스케어는 매출액에 10%를 신약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해 파이프라인은 비알콜성지방간치료제, 간질환치료제,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등 10여개에 달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테고프라잔'으로 최근 국내 시판허가 신청했다.
 
CJ헬스케어가 지난 3월 창립 3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 강석희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사진=CJ헬스케어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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