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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10년 만에 급물살 탄 후분양제…민간까지 확대 기대"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 "후분양, 주택품질 강화·투기수요 억제 효과"

2017-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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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후분양제란 주택건설 공정이 80% 이상 끝난 후 분양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에서는 선분양과 후분양을 강제하고 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건설업계는 반발 하고 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주택 공급량이 감소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촉발시킨다는 논리다. 하지만 후분양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후분양제 시행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의실. 짙은 남색 셔츠를 입고 나타난 최 부장에게 '요즘 정치권에서 후분양제 논의가 뜨겁다'고 말을 건네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 전부터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에게서 후분양제 관련 질의만 수백건을 받았다"면서도 "10년 만에 급물살을 탄 후분양제 논의가 건설업계 반발에 또다시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돼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지난 2000년부터 경실련은 후분양제 의무화를 본격 주장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외면했다"며 "마치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라고 그간의 추진 과정을 돌이켰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19대 홍종학 의원, 20대 정동영 의원 등이 후분양제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거의 없었다. 그는 "최근 정부에서 공공부문 후분양제 적용 방침을 밝히자 업계의 반발이 차츰 거세지는 만큼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라며 "공공뿐 아니라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 사진/신지하 기자
 
후분양제가 왜 필요한가
 
우선 후분양제는 건설사의 책임시공을 이끌어 주택품질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선분양제 내에서는 건설사의 눈속임 분양과 부실시공에 속을 태우는 입주자들의 피해가 컸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공정률 80% 단계에서 청약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이 단계에서는 기본 골조가 완성됐으며 내장재도 들어간 상태다. 조형 공사도 어느 정도 진행된다. 소비자는 홍보물과 모델하우스가 아닌 현장에서 단지의 배치나 내부 구조 등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 의사를 결정을 할 수 있다. 소비자의 권익이 강화되는 것이다. 결국 건설사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좋은 품질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후분양제가 100% 완공 후가 아닌 80% 단계에서 분양된다는 점을 들어 선분양제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완성된 집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후분양 목표 수준을 100%로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100% 준공 후 분양 시에는 자금 흐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공정률 80% 정도가 소비자의 권익도 보호할 수 있고 후분양제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공정한 수치라는 내용이다. 다만 후분양제 관련 연구용역이 10년 넘게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현재의 시장 환경을 반영한 재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또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투기를 목적으로 분양 받는 행태가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 경실련이 박근혜 정부 이후인 2013년 3월부터 지난 9월까지 집계한 결과 총 63만건의 분양권 전매 거래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주택거래량의 12%이다. 분양 승인 물량은 145만호다. 후분양이 시행될 경우 분양권 거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분양권 전매 투기를 노린 수요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및 지방대도시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했다. 그러나 선분양 시장에서 국지적 핀셋 분양권 전매규제로는 근본적 투기수요를 잡을 수 없다. 오히려 풍선효과만 나타날 것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 사진/신지하 기자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주택공급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주택 공급이 감소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투기적 수요 감소일 뿐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은 꾸준히 이뤄질 것이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용역보고서는 후분양이 시행될 경우 주택 공급량이 22.2%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해당수치 역시 과장됐다. 보고서 추정분은 시공능력 100위 미만 주택공급업체의 감소분 추정치로 최대수치 개념이다. 보고서조차 '현실적으로는 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임'으로 명시했음에도 반대 측은 사실인 마냥 호도하고 있다.
 
설령 실제 주택공급량이 최대 22% 감소한다고 해도 현재 주택시장에서 분양권 전매를 노린 수요가 사라질 경우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동영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만 분양권 거래는 약 244조원, 분양권 전매 차익은 20조원으로 추정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조차 차액을 노리고 빚을 내 분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의 분양수요 중 상당수가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가수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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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반론도 있다
 
후분양제 도입 초기에는 대형 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중견업체들의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 공기업과 대형 건설사는 후분양으로 주택사업을 진행하게 하고, 중소·중견사에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 올 수 있도록 선분양을 허용하는 대신 '사전예약제'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이 있다. 가령 사전예약제는 계약 취소 시 본인이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정의 계약금만 내면 된다. 지금처럼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분양 방식이더라도 후분양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선행적으로 부동산 계약 약관의 문제가 다소 보완될 필요가 있다. 중소·중견사들의 경우 금융권 자금 조달을 받기 위해 충분히 사업성을 강조하면 될 것 같다. 자금과 기술이 없는 중소건설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선분양 특혜에 안착해 소비자 피해를 키워온 원인이기도 한 만큼 소비자 중심의 정상적인 주택 공급시장이 되어 가는 단계로 봐야 한다.
 
소비자가 일시적으로 자금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소비자들은 아파트 계약을 하고 보통 2년간 중도금을 70% 정도 낸다. 근데 이 대출금을 현금으로 갚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부 극소수 현금 부자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대부분 중도금 대출을 통한 후불이자를 내면서 진행하고 있다. 만일 후분양 계약을 하게 되면 보통 6개월 정도의 대출 이자가 발생한다. 기존에 2년간 대출하는 것과 6개월 하는 거랑 별반 차이 없다.
 
후분양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정부의 강한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에서 후분양제 로드맵이 수립됐으나 당시 건설업계의 강한 반발과 관료의 시간 끌기로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못 하고 폐기됐다. 그나마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당시 후분양제를 도입해 10년간 시행 중이지만 박원순 시장 이후 분양시점이 80% 완공에서 60% 완공으로 앞당겨 졌다. 현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 후분양 도입 의지를 밝힌 이후 후분양제 도입을 막기 위한 각계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LH가 진행한 후분양 시범 아파트들의 분양가 상승률은 0.57%에 불과했다. 5년간 63만건에 달하는 분양권 전매건수가 반증하듯 선분양으로 인한 분양권 웃돈 거래가 사라진다면 투기 수요가 줄어들어 주택 공급이 일정부문 줄어든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소비자를 위한 주택정책 추진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공공후분양제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국회도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정상적 주택 공급 구조를 만들기 위해 후분양을 입법화 할 필요가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 사진/신지하 기자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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