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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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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압박에 LG 선제대응…재벌들 깊어진 고민

2017-11-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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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의 재벌개혁 압박과 함께 그룹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기업집단국 설치를 완료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브랜드수수료 규제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집중 타깃이 되는 5대그룹 중에선 LG가 LG상사의 지주체제 편입 카드로 선제 대응해, 다른 그룹들의 초조함을 부추긴다. ‘자발적 개혁’ 의지를 보여 달라는 ‘경제검찰’의 채찍도 갈수록 강도를 더한다.
 
LG는 지난 9일 총수일가로부터 LG상사 지분을 전량 매입해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하는 의사결정을 했다. 체제 밖에 존재하며 일감몰아주기 조사망을 피하는 식으로 총수일가 지분승계 과정의 역할론이 제기됐던 LG상사 이슈를 말끔히 제거한 것. 공정위의 재벌개혁 압박에 선제 대응한 성격으로 해석된다. LG가 지배구조 개편에 한발 앞서 나가면서 다른 그룹들도 움직임을 빨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방안 등 움직임이 활발한 삼성에 비해 현대차에 대한 공정위의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는 형국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후 줄곧 현대차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 인터뷰나 공식석상에서 현대차의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을 지적하고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시간만 낭비한다”는 날선 발언도 쏟아냈다. 공정위는 동시에 현대차의 하도급 업체 기술탈취 재조사를 벌이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해소는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과제다. 김 위원장도 연말까지 변화하겠다는 의지만 보여주면 된다고 언급,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조직 개편안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삼성과 더불어 현대차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해왔다. 앞서 현대차는 2015년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무리한 투자결정이 문제되자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었던 김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안했던 ‘지배구조위원회’에 못 미친다며 위원회 구성원의 독립성 확보 장치도 결여됐다고 혹평했다. 5대그룹 면담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가 취할 수 있는 범주로 평가된다. LG 역시 김 위원장이 소장 시절 제기했던 LG상사 문제를 해결했다.
 
더불어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이슈도 시한폭탄이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대폭 강화하고 이를 통해 상승한 주식가치에 증여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통행세 편취,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의혹이 제기돼 공정위가 들여다 보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현대차의 입장 및 개선 의지를 촉구하는 등 후방의 압력도 더해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이 몰린 삼성물산은 지난해 이미 지분율이나 내부거래율 면에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에 최근 그룹 일감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해결에 그룹 일감의 도움을 받지만, 이는 역으로 내부거래 문제를 낳고 있다.
 
삼성 역시 컨트롤타워 부재를 해결하는 대안이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전자 내 T/F조직을 마련하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외부로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조직이 계열사간 실무적인 협력을 조율할 뿐 지배구조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는 또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이사회 내 기존 CSR위원회를 거버넌스위원회로 확대 운영키로 했지만 현대차처럼 외부주주에 의한 구성원 추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립성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이상훈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권오현 회장을 대신해 차기 이사회 의장 후보에 오른 것은 CEO와 이사회 의장을 구분하는 애플 등 선진기업의 지배구조를 따라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또한 이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속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의사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부정적 시선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후속 임원인사를 통해 T/F 조직 보강 등 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사가 예상보다 미뤄져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리스크는 SK 역시 사업지주회사의 성격상 온전히 벗지 못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인 30%를 넘으면서 내부거래비율도 40%를 넘는다. 공정위는 배당을 제외하고 브랜드수수료, 임대수익 등을 내부거래로 판단해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SK는 최근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의혹도 제기돼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브랜드수수료에 대해 엄격해지는 공정위 기류에 비춰보면, 최근 일부 조사에서 SK가 수수료 금액이 큰 기업으로 파악된 것도 부담이다. LG 역시 SK와 함께 수수료 문제 관련 자주 명단에 오르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과의 2차 면담에 처음으로 합류했던 롯데는 총수일가의 재판 외 다른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지주전환 후속작업인 호텔롯데 상장, 계열사 합작 및 분할 지분 변동 등은 주총 과정에서 상당한 벽에 부딪힐 전망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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