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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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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 "사회책임투자, 우리 철학으로"

사회책임투자 펀드 설정 이어 관련 상장지수펀드 준비 중

2017-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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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하이자산운용은 이달 1일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사결정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로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어 두 번째, 중형 운용사로는 첫 도입이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사진)는 16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며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변되는 사회책임투자(SRI)는 하이자산운용의 장기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지난 3월 대표로 취임한 후 발 빠른 조직개편을 거쳤고 5월 사회책임투자 펀드, 8월 한국형 자산배분펀드를 잇따라 설정했다.
 
최 대표가 SRI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으로서 7조원 규모의 연금 운용을 한 경험 덕이다. 그는 올해 홍콩 BNP파리바 초청으로 방문한 싱가포르투자청(GIC) 출장에서 글로벌 운용사들의 SRI 행보를 또 한번 느꼈다고 했다. 하이자산운용은 SRI 강화를 위해 연말에 한국지배구조원,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KRX ESG 리더스 15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16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며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변되는 사회책임투자(SRI)는 하이자산운용의 장기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사진/신항섭 기자
 
-지난 3월 취임 후 행보가 발 빠르다. 어떤 변화에 주력했나.
 
자산운용사는 사람, 상품, 운용철학 등 세 가지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운용능력과 시스템을 위해 학습하는 조직을 조성하려고 노력해왔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느끼고 있다. 금융환경 변화에 선도하는 상품으로 장기투자형에 주목했다. 사회책임투자펀드나 한국형 자산배분펀드가 대표적이다. 하이자산운용의 운용철학 역시 바로 단기가 아닌 장기성과에 있다.
 
조직개편도 있었다. 주식운용본부의 운용리서치팀을 책임투자리서치팀으로 변경하고 인원을 확충해 나온 성과가 사회책임투자펀드였다. 채권운용본부의 채권리서치팀은 크레딧운용팀으로 변경했고 뉴굿초이스 단기증권 채권펀드를 내놓았다. 글로벌자산배분본부는 해외투자운용실, 자산배분운용실, 솔루션운용실 등 3개실로 세분화했다.
 
-사회책임투자펀드를 5월에 설정했다. 국내에 운용중인 사회책임투자펀드가 20여개에 달하는데 어떤 특징이 있는지.
 
하이자산운용의 SRI 펀드는 비재무적요인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했다는 점이다. 한국 SRI 시장이 정체된 가장 큰 원인은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한 벤치마크 지수가 없기 때문인데, 기존에 출시된 SRI 펀드 핵심은 재무요인 외에 ESG라는 비재무요인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결국 SRI 투자의 본질은 간과되고 있고 무엇보다 기존 액티브펀드와의 차별성이 사라진 문제점이 있다. 하이 SRI 펀드가 업계 최초로 한국거래소의 SRI 지수인 'KRX ESG 리더스 150지수'를 벤치마크로 설정한 이유다.
 
SRI는 이미 글로벌 운용사들의 트렌드다. 작년 기준 이미 전세계 운용자산의 26%가 책임투자 원칙으로 운용되고 있다. 유럽과 호주는 이 비율이 50%를 넘는다. 반면 아시아는 0.8%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SRI 펀드 외에 하이자산운용 전반에 SRI 철학을 적용한 이유다. 장기투자를 표방하는 책임투자의 본질을 이해하는 회사의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SRI는 단기 테마로 전략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이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책임투자 리서치 팀을 조직했고, 중형사로는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모든 투자에 EGS 분석을 접목시킬 예정이다.
 
-8월에 내놓은 한국형 자산배분펀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투자 시장을 보면 실질가치 유지에도 못미치는 예금이나 채권에 금융자산이 몰리고 있다. 한국형 자산배분펀드는 물가상승률에 3%의 추가 수익을 목표로 잡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더해 장기투자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거다. 이 때문에 연금 운용 상품으로 적합하다. 퇴직연금은 명목임금상승률이 최저수익률이 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4.7% 수익을 낼 동안 퇴직연금 수익률은 1.6%에 그친 실정이다. 1년 이상 투자자인 개인연금, 퇴직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 정기예금 가입자에게 적합할 수 있다.
 
한국형 자산배분펀드는 주요 연기금의 장기 자산 운용방식을 펀드 운용에 접목해 원화 자산 수요와 외화 자산과의 분산투자 효과를 고려했다. 국내 주식과 채권 자산에는 30% 이상 투자하도록 설계해 한국 투자비중이 낮은 기존 글로벌자산배분펀드와 차별화했다. 이밖에도 해외, 부동산·인프라·구조화증권·헤지펀드 등 대체투자도 병행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중형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제도 도입에 나섰는데.
 
사회책임투자와 맞물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행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사회책임투자펀드 운용사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일본의 선례처럼 국민연금이 도입에 참여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참여가 잇따를 걸로 본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배구조 이슈와 낮은 배당수익률로 인해 펀더멘탈 대비 할인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산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요인이 될 거다. 단기적으로는 배당성향이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될 것이고, 기업 지배구조상 주주이익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질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민연금의 참여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압도적 비중을 감안하면 당연한 주문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에 유엔(UN) PRI에 서명한 이후 책임투자팀을 신설했고 SRI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등 선도적인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만들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 용역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 3대 연기금의 SRI 관련 투자비중은 전체 운용자산(AUM)의 약 1.2%에 그치고 있는데, 국민연금에서 책임투자 철학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SRI 관련 투자도 확대될 걸로 본다.
 
-펀드 출시에 이어 올 연말을 목표로 SR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국지배구조원,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KRX ESG 리더스 150지수'를 추종하는 '하이 포커스 ESG 리더스 150 ETF'를 12월에 상장할 계획이다. 규모는 300억원이다. 이를 통해 코스피와의 트레킹에러(추적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 가운데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각 평가항목의 점수를 합산하여 점수가 높은 상위 150개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를 좀 더 고려해 보다 장기적이고 능동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게 된다. 장기투자에 적합한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해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 주식시장 전망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한국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져 시장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두 차례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연말 코스피는 2500~2600선 수준에서 거래될 걸로 보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올 연말 비과세 해외펀드 판매가 종료되는 만큼 관심 가져도 좋을 거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인플레이션 속도는 지켜봐야 한다. 완만한 수준은 호재가 되겠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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