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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토마토칼럼) 카풀앱,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 수 있을까

2017-11-29 06:00

조회수 : 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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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앞으로 나가야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모빌리티(이동성) 부문에서 산업으로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카풀앱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미국, 중국 등 관련 업체들이 우리 시장을 독점할 것입니다. 네이버가 있었으니까 포털시장을 지켰지, 네이버가 없었으면 구글 한테 진작 먹혔을 겁니다.”(카풀앱계 관계자)
 
“카풀앱을 마치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포장에 불과합니다. 자가용 유상운전에 단순히 어플하나 까는 것에 불과합니다. 카풀앱이 전면적으로 허용되면 전국 26만명의 택시운전기사들의 밥줄이 끊기게 되고, 가족까지 합치면 100만여명의 생계가 어려워집니다.”(택시 운전기사)
 
카풀앱의 합법화 여부를 놓고 스타트업계와 택시업계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카풀앱이란 기업이 앱을 통해 고객과 승객을 연결해주고 요금의 일부에서 수수료(약 20%)를 떼는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인 카풀앱 운영업체는 플러스라는 곳이다. 플러스는 ‘출·퇴근 시간 카풀은 허용된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81조)에 따라 그동안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해왔다. 통상적으로 출근시간은 오전 5∼11시, 퇴근시간은 오후 5∼다음 날 오전 2시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플러스가 최근 기존의 출퇴근 시간대를 넘어 영업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플러스는 고객이 출·퇴근 시간대(4시간씩)를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하루 종일 자가용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플러스에 대해 경찰 조사를 의뢰했다. 현행법상 출·퇴근시간 카풀 허용은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도입한 것인데, 당초 취지를 벗어나 자가용 유상운전을 24시간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여객운송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카풀이 택시의 보완제 역할은 할 수 있는 있어도, 대체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또한 자가용에 유상운송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관련 규제를 준수하지 않거나 고객에 대한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택시운전기사의 경우 자격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할 수 있으며, 현재는 면허 총량제를 실시, 무분별한 증가를 막고 있다.
 
플러스 등 스타트업계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시대에 뒤떨어진 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려면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하며, 이는 혁신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카풀앱업계는 시간 선택제를 실시해서 택시와 자가용 간의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뜻도 갖고 있다.
 
이 같은 대립 속에서 정부, 국회, 지자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보려고 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 국회의원 주최로 양측을 불러 비공식 간담회를 하려고 했으나 시작도 못하고 파행됐고, 서울시도 공론의 장을 만들어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으나 실패했다. 정부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양측이 합의를 통해 원만한 개선안을 마련해오면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소극적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대통령 산하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스타트업계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식 하나를 두고 어느 부모가 진짜 부모인지 판별해준 이야기’인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솔로몬이 있다 해도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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