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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재판·지역색 논란 일축…농협금융 인사서 실리 챙긴 김병원 중앙회장

'청와대 파견 이력' 부산대 출신 이창호 본부장, 부행장 승진으로 역할 기대

2017-12-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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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법 위반 재판 1심 판결을 앞두고 부산출신의 친정부 성향 인사를 부행장으로 승진시키고,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지역색 논란을 벗어난 인물을 농협은행장에 앉히는 묘수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얘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장과 계열사 CEO 인선 전에 이례적으로 지난 6일 지주와 농협은행, 농협생명의 부사장, 부행장, 영업본부장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창호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의 농협은행 부행장 선임이다.
 
이 부행장 내정자는 부산대 출신으로 당초 차기 농협은행장 유력 후보 중 1명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2005년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파견 경력을 보유했으며 최근 금융권에서 잘 나가고 있는 부금회로 분류돼 현 정부와 중간자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급부상했었다. 특히 김병원 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상황이어서 이 내정자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두단계를 뛰어넘는 인사에 부담을 느껴 우선 부행장 승진으로 이 부행장 내정자의 역할을 챙겼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김병원 회장의 법원판결 결과에 따라 이 부행장이 차차기 행장 승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인사에서 주목받고 있는 부산 출신인 데다 청와대 파견 경력까지 보유해 주목받았으나 주로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해온 만큼 곧장 은행장으로 파격 승진하기에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 내정자의 역할을 챙긴 상황을 미뤄봐 현재 농협금융은 인사에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남 출신인 김병원 회장이 중앙회장 선거 때 옆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최측근 라인으로 분류됐던 전남 해남 출신의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이 당초 농협은행장 유력 후보로 나왔었다. 하지만 지역색 논란에 부담을 느껴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를 농협은행장에 앉히는 분위기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대훈 전 대표는 경기도 포천 출신으로 지역색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사실상 김병원 회장 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다. 김병원 회장은 2015년 이 전 대표가 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상무급을 거치지 않고 곧장 농협상호금융 대표로 파격 승진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농협중앙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취업 심사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농협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농협은행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관례로 보고 있다.
 
농협상호금융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공직 유관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원 퇴직 후 재취업 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농협은행장도 이 시기에 맞춰 발표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뿐만 아니라 임원 자리에 김병원 회장 측 인사들이 들어서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병원 회장이 실리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이번 인사에서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이 김 회장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같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며 "김 회장이 이를 감안해 차기 행장 후보에 지역색이 옅은 인사를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금융지주 본사 앞 모습.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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