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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우병우 전 수석이 '불법사찰 콘트롤타워'"

민정실서 기획·지시하면 국정원이 집행…검찰, 주말 재소환 조사

2017-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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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이 최대 난적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정부’ 당시 사실상 ‘불법사찰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등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특별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일요일인 10일 우 전 수석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진보교육감에 대한 불법사찰 지시' 사실 여부와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애초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소환 조사는 오는 11일 뒷조사를 당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참고인 조사 이후로 예상됐지만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의 불법사찰 지시를 입증할 확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인 누리과정을 반대했다가 지난해 3월쯤부터 국정원의 사찰을 받았다. 검찰은 국정원이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조 교육감 등의 뒤를 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나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도 조사대상이 아니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수사를 의뢰한 혐의 중에도 없었다. 올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순수하게 인지한 사건이다. 뒤늦게 재조사에 나선 검찰로서는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입증해야 하는 혐의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의 비선 부하인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 국장을 지난 달 22일 구속기소하고, 최 측근인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을 소환 조사한 뒤 3일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첫 조사 후 10일이 넘기까지 우 전 수석에 대한 처리를 미뤄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은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월24일 우 전 수석이 재판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그를 전격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후 디지털포렌식 등을 거쳐 조 교육감 등 이른바 진보교육감에 대한 뒷조사 지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달 29일 우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면서 진보교육감들에 대한 뒷조사 혐의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증거 확보에 시간이 걸리면서 조사를 잠시 뒤로 미뤘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교육감 불법사찰 혐의에 대한 자료 확보가 지난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 즈음에 됐다. 지난번 출석했을 때 그 부분은 조사할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자행된 대부분의 불법사찰은 우 전 수석이 기획·지시하고 국정원에서 수족 역할을 맡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광구 우리은행장·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문체부 간부 세평보고·진보교육감 뒷조사 등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불법사찰 사건에는 우 전 수석과 국정원이 깊이 개입돼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지시를 내리면, 국정원에서 추 전 국장이 직접 행동에 나섰고, 최 전 차장은 최소한 묵인 또는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교육감 사찰 지시와 관련해 추 전 국장과 최 전 차장을 계속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찰 지시를 우 전 수석이 직접 했는지, 윗선이 지시를 했는지는 피의사실과 직접 관계 있는 부분이다.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특히 지난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능력 상실이 절정을 이뤘던 때다. 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던 만큼 불법사찰에 관한 한 그와 민정수석실이 일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난 9일 조 교육감은 검찰에 출석해 "누리 과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압박과 교육감에 대한 다각적인 압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저희가 대학에 다니던 70년대에 있었던 불법 사찰과 정치 공작이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며 "오늘은 불법 사찰의 피해자로 이 자리에 섰지만, 교육자로서의 책임감도 느낀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인되는 일등주의 교육의 참담한 결과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불법사찰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불법사찰을 진행한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국장(가운데),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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