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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제도권 진입)'비트코인=유사수신' 규정한 정부, "보신주의적 규제일변도 못벗어나"

당국 "제도권 편입 불가" 강경…투자금제한·자금출처 확인 강화

2017-12-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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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는 채택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4차 산업으로 지목받는 신기술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가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대신, 가상화폐 거래소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비트코인 과열사태를 심각한 수준으로 규정,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정부의 시각은 '비트코인=암호화폐=유사수신'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에서는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며 "비트코인 거래소를 인가한다든지, 선물거래를 도입한다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출시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비트코인 규제 TF의 주무부처가 법무부로 넘어간 가운데 법무부는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우려하면서 가상통화 전면거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이야기는 지난 2004년 당시 게임물 규제를 맡았던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고 시중에 선보였으나 그 사행성과 중독성의 폐해가 심각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상통화TF 내에서는 가상통화 거래 금지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다만 부처간 논의 끝에 (가상통화 거래 금지의) 법적 근거와 시장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가상화폐 거래가 전면 중단될 것이라는 설도 나왔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를 해버리면 된다"며 "원천금지한다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글로벌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채택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TF가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유사수신행위)으로 보고 있어 제도권 편입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소를 부수 업무로 하게 허용해달라고 한 금융회사가 여러 곳이었는데도 다 못하게 막았다"며 "가상통화 시장이 잠잠해진다면 모를까 앞으로도 금융회사는 가상통화 관련 거래를 취급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결국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블록체인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어떤 사고가 터졌을 때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한다든지, 어떤 종류의 보험을 들어야 한다든지 가이드라인 지침을 줄 것 같다"며 "특히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자금 출처 내역을 당국에 신고하는 의무제도 적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금액이나 투자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인 간 거래 투자의 경우 업체당 1000만원으로 투자금액을 제한하는 등 고위험 투자의 경우 일정한 투자 제한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방식의 규제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 계좌 수를 제한하거나 보안성 강화 등 가상화폐 거래소의 책임성을 엄격하게 강화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해커들의 공격이 가장 강한 곳으로 청와대 다음으로 비트코인 업체들이 지목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며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거래소들에 대한 요구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 업체들은 계속 영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혁신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정권이 바뀌어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정작 블록체인이나 가상통화 등 대표적인 4차산업과 관련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업체 대표는 "네거티브 규제가 아닌 포지티브 규제 방식의 규제를 도입한다는 계획만 밝히고 막상 신기술이 핫이슈가 되면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투자자 보호는 엄격히 하되, 산업발전 측면에서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선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은 11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관련해 제도권 편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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