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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일 잘 하려면 '운'부터 측정하라고?

'예측 불확실성' 인지가 실력 만큼 중요…즐겁게 성장하는 '일의 법칙들'

2018-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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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근대적 참모제도의 창시자였던 독일 장군 헬무트 폰 몰트케는 “전쟁에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말은 경제, 경영, 정치, 사회, 자연환경 등 분야를 막론하고 통용된다. 어떤 영역에서든 불확실성은 차고 넘치며, 우리의 섣부른 예측들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미래를 준비하고 대처하는 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일취월장’의 저자 고영성씨와 신영준씨는 ‘일’에도 이러한 불확실성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팝콘 낱알로 실험하다 개발된 전자레인지부터 세계적인 기획자 4명이 모여 만든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까지 역사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인류의 발자취를 옮긴 위대한 발명품들은 모두 우연의 연속이 쌓여 이룩된 축적의 결과였다. 재능, 열정, 인내 등도 중요했지만 ‘운’도 그 이상으로 중요했다. 수많은 성공 신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에 의해 그 측면이 간과됐을 뿐.
 
저자들에 따르면 일에서 다뤄지는 모든 행위들은 ‘운’의 사정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예측 불가능성이 항상 전제돼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완벽한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말한 것처럼 ‘불확실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역시 겸비돼야 한다.
 
특히 저자들은 일을 잘 하려면 ‘운’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가 기준은 ‘일 분야별 전문성의 정도’다. 가령 외과의사, 프로 운동선수, 회계사 등이 활동하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운보다 전문 지식이 성공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주식투자, 마케팅, 창업 등의 분야에서는 눈 앞의 기회를 잡고 전문가를 이기는 아마추어들이 많다. 이 경우는 대체로 운이 실력을 앞선다.
 
두 영역을 분류하면 일의 특성 별 대처 요령이 생길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대체로 개인의 예측이 맞는 경우가 많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면 일의 효율이 증대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예측의 정확성은 떨어지고 치밀한 계획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운이 중시되는 분야에서 나오는 성공 스토리 역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 저자들이 이들의 수많은 성공담를 무작정 믿고 따르지 말라고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운의 영향력을 알고 있는 이들은 최악을 대비하는 습관을 기른다. 1911년 남극 탐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로알 아문센은 그런 인물이었다. 그가 남극 원정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피해망상에 빠진 인물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었다. 노르웨이와 스페인에 이르는 거리를 자전거로 완주했고, 에스키모와 함께 생활하며 그는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반면 그와 같은 시기에 떠난 다른 팀의 리더 로버트 스콧은 자신의 지식과 용기에만 의존하다 세상을 떠났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와 대비가 결국 일의 성공과 차이를 극명히 가른 셈이다.
 
예측 불가능성을 이해할 때 저자들은 일에 관한 다른 능력들도 점차 증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연’의 중요성을 인지하기에 실수나 실패를 용인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반성적 사고로 더 발전적인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나는 아마존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너무 멍청했다”거나 “구글 주가 예측에 실패했다”고 반성과 성찰을 거듭한 워렌 버핏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우뚝 선 비결이다.
 
나아가 불확실성을 늘 인지하고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는 대담성과 피드백으로 더 적합한 전략을 찾아가는 유연성도 강화된다. 이모티콘 범주 내에서만 적용되던 카카오프렌즈 사업이 커머스 채널로 확대되기까지 저자들은 이런 전략 활용이 숨어 있었다고 설명한다.
 
“카카오는 인형 1000개를 제작해 선물하기란 커머스 채널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어 캐릭터가 새겨진 머그컵, 수첩 등도 소량 출시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이런 실험적인 접근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은 후 사업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이들이 건네는 조언은 ‘실질’에 기반을 둔다. 취업이나 창업에 도움이 되는 현장의 생생한 사례들이다. 국내외 학문 서적부터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사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 챕터 별 말미에는 작가 자신들의 경험담 등도 알차게 배치돼 있다. 친한 친구와 술 한잔 나누며 듣는 인생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일을 하고 성장할 수 있는 비결들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소개된다.
 
저자들은 “사교육까지 받아가며 불철주야 노력한 이들이 정작 일 잘하는 법에 대해서는 갈망하면서도 잘 모르고 있다”며 “공부와 달리 일을 잘하기 위해선 많은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책을 통해 미래에 일할 사람들이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일취월장’할 수 있도록 집필했다”고 말한다.
 
 
일취월장. 사진/로크미디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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