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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규제 한 달)①'투기' 잡으려다 '시장'에 잡혀버린 정부

설익은 대책으로 혼란 부채질…정치권, 제도화 논의 시작

2018-0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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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지난달 13일 정부가 '비트코인(Bitcoin)'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내놓은지, 한 달이 지났다. 금융당국과 법무부, 국세청, 검찰 등 사정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전방위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 같은 규제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되레 '가상화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만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도박'이라는 규제 논리로만 접근하다가 시장의 역습을 받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화폐의 제도권 안착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앞으로 정책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는 이번주 중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특위는 국회 차원의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특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가상화폐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이슈로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논의 자체가 전무했다"며 "특별위 차원에서 대응이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규제 방향이 잘못되고 있다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 뿐만 아니라 여야당 자체적으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 '가상화폐 토론회'를 개최하고, 한국당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도 관련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법제화가 추진될지 관심이다. 정치권 움직임이 구체화할 경우 기존 정부 정책의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간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여러차례 바뀌면서 가상화폐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가 목표'라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고,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기도 했다.
 
특히, 시장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게 된 데에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절대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더라도 실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하기까지는 공청회 일정과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치면 6개월~1년 이상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가상화폐 거래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섣불리 불법화하기 보다는 명확한 거래 기준을 만들어서 국민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일부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기'로 치부하거나 확실하게 규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투기로 볼 수는 있지만 가상화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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