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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체 관리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무면허 운전 처벌 안돼"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 안돼"…유죄 판결 원심 파기 환송

2018-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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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아파트 주민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경비원 등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라면 도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장소에서 면허 없이 차를 운전했더라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면허 없이 술에 취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몰다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및 음주운전)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씨(23)에 대한 상고심에서 전부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면허 운전혐의 부분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건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을 처벌하는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2조 26호가 ‘술이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등 일정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도로 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를 운전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무면허운전에 관해서는 이러한 예외를 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도로교통법 152조, 43조를 위반한 무면허운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를 받지 않고 자동차 등을 운전한 곳이 도로교통법 2조 1호에서 정한 도로, 즉 ‘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그 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 등을 운전한 곳이 일반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특정인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관리되는 곳이라면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도로에서 운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면허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은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의 규모와 형태,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에 차단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 경비원 등에 의한 출입 통제 여부, 아파트 단지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서 도로교통법 2조 1호에서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런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운전한 장소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씨의 공소사실 가운데 무면허 운전 부분만 다시 심리해야 하지만, 원심이 이 부분과 음주운전 등 유죄로 인정된 부분과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환송했다.
 
양씨는 2017년 5월 강릉의 한 아파트 110동 지하주차장에서 같은 아파트 113동 지하주차장까지 약 50m 구간을 운전했다. 운전면허도 없이 혈중알콜농도 0.166%의 술에 취한 상태였다. 양씨는 주민 오모(53)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검거됐으며,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욕설과 폭행을 해 음주운전·무면허운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양씨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오씨를 폭행한 양씨의 지인 김모(22)씨도 양씨와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양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전에 경찰관에 대한 모욕죄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이 가중사유가 됐다. 김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이 선고됐다. 2심은 두 사람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양씨에게는 징역 8월을,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양씨만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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