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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하이트진로 고발…김상조 취임 이후 첫 제재 조치

10년 동안 부당 내부거래…과징금 107억원, 총수 2세 검찰고발

2018-01-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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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올해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중점 과제로 내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첫 제재 대상으로 하이트진로가 지목됐다. 하이트진로는 총수 일가 소유의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고,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첫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재 사례로 기록됐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와 총수 2세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을 일감몰아주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5년부터 김 위원장 체제 전 까지 6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진행했으며, CJ와 현대, 한진, LS 등에 대해 제재를 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제재를 받지 않았던 곳은 하이트진로와 한화였다. 이번 하이트진로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나머지 한화를 비롯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효성, 미래에셋 등에 대한 조사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철저한 혐의입증과 분석을 통해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고 중소기업의 거래기반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를 이제는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인력 지원, 통행세 거래, 주식매각 우회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영이앤티에 일감과 막대한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 총수2세인 박태영이 2007년 지분 73%를 인수한 뒤 2008년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2016년 말 기준) 서영이앤티는 박태영 부사장이 지분의 58.44%를 소유하고 있다. 박문덕 회장도 14.69%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친족일가 지분이 99.91%에 달한다. 이 회사는 생맥주를 담는 통과 냉각기 등 기자재를 만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먼저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서영이앤티는 일명 '통행세'로 부당이익을 챙겼다.
 
2008년 부터 4년 동안 진행된 이 과정에서 서영이앤티는 매출규모가 2007년 142억원에서 2008~2012년 연평균 855억원으로 6배나 급증했고,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56억2000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이후에는 유통방식을 변경해가며 일감을 몰아줬다. 2013년부터 1년 동안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해 사용하던 알루미늄코일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입토록 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은 삼광글라스가 유리밀폐용기의 뚜껑을 구매하는 과정에 서영이앤티가 관여해 이득을 내기도 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하이트진로는 박태영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는 중소기업에 각종 피해를 끼치며 총수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영이앤티의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불법 정황이 포착됐다. 하이트진로는 서해인사이트를 전산용품 업체인 키미데이터가 고가에 매입하도록 직접 협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순자산을 '뻥튀기' 하는 댓가로 하이트진로는 생맥주기기 A/S 업무위탁비를 대폭 인상해주는 '이면약정'을 제안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박태영 부사장이 직접 관여한 증거를 확보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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