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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피플)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회장 “대한민국 대표 생명공학기업으로 성장할 것”

"신약개발기업이 아닌 신약보유기업 목표"

2018-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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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현석 기자] 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 현대차를 뛰어넘고 있고 여러 기업들이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지켐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 1위의 업체로 이달 말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999년에 설립됐다. 생체면역조절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의약품중간체와 원료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제약·바이오 회사다. 지난 2013년 9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엔지켐은 녹용으로부터 추출해 자체 합성한 유효성물질 EC-18(PLAG)을 통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구강점막염 치료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등 8가지 적응증에 대한 글로벌 신약을 개발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을 이끌고 있는 손기영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출신의 국제통상, 기술벤처 전문가다. 회계사 출신이 바이오 회사를 맡고 있다는 부분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고서는 경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들보다 더 노력하고 공부했다. 이를 통해 회사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다. 결국 그는 EC-18에 대한 논문 9편과 특허 19건을 등록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2상 시험계획승인(IND) 미팅까지 직접 참가하는 등 업계 전문가가 됐다.
 
그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왔는데 처음에는 관련 학위도 없다 보니 주위의 편견도 많았다”며 “하지만 ‘내가 직접해서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회장. 사진/엔지켐생명과학
 
전세계 15조 규모 항암·염증시장 공략
 
회계사로 시작한 손 회장이지만 본격적으로 경영을 배운 것은 통상문제를 해결할 때였다고 설명한다. 그는 “1986년도에 통상업무를 하게 됐는데 이 때 자연스럽게 최고경영자(CEO)들과 업무를 같이하게 됐다”며 “기술이나 판매환경 등을 살펴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에 필요한 부분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경영을 알게 된 그지만 사업을 확장시키기는 만만치 않았다고 말한다. 대량생산 기술부터 시작해 공장 건립 등 모든 부분이 처음 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생산방법 개발인데 완성에만 6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여기에다 공장 설립을 비롯해 상업화까지 여러 분야를 직접적으로 부딪히면서 해결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EC-18은 최초 혁신 신약(First-in-class) 개발물질이다. 활성 또는 작용제, 억제, 길항제가 아닌 조절제다. 현재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 등 2개의 적응증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호중구감소증이란 항암치료 진행 시 호중구 수치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구강점막염은 항암치료 중에 발생하는 입안의 염증 또는 궤양으로 고통이 심해 식사를 할 수 없어 영양결핍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특히 이 물질은 급성방사선증후군(ARS) 치료제로 작년 12월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그는 “EC-18을 심사했던 전문가들이 기존 제품과 다른 기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기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G-CSF'가 가지고 있는 결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엔지켐은 항암·염증치료제 3단계 계획 중 1단계인 호중구감소증,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에 질병에 우선 EC-18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3개 시장의 규모는 약 6조원이다. 추후에는 류마티스관절염, 패혈증, 아토피피부염, 건선, 천식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총 8개 시장의 전세계 규모는 15조원에 달한다.
 
손 회장은 원료의약품(API) 및 조영제 등에서도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가 개발한 조영제 3개 품목이 현재 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조영제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9조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적어도 2020년 이후에는 적어도 5%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연구원이 실험을 하는 모습. 사진/엔지켐생명과학
 
향후 목표는 신약개발이 아닌 신약보유기업
 
그는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에 대한 임상 2상 종료는 내년 1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임상 2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전허가를 신청, 판매허가를 받아내겠다는 목표다. 손 회장은 기술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여러 학회에 논문 을 제출하면서 학문적인 성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기술수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곧 코넥스를 떠나 코스닥으로 이전한다. 손기영 회장은 코넥스를 떠나면서 '감사'와 '희망'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그는 “코넥스에 있으면서 촉망받는 회사에서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했는데 그러다 보니 경영 투명성과 저력을 배양하는데 큰 힘이 됐다”며 “시장에서 자신감을 받다 보니 미국 임상 2상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코스닥 상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서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그는 “상장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투자가들과 제휴 파트너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 신약개발 업체가 아닌 신약 보유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함께한 주주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코스닥 상장이 성장의 시작인 만큼 투자자들과 동반 성장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엔지켐에는 오래된 주주들이 많은데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코스닥 상장은 이제 시작일 뿐으로 앞으로 투명경영을 펼쳐 주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 회장은 엔지켐생명과학을 대한민국 대표 생명공학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성공을 하게 되면 전세계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다른 기업들의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는 협력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바이오가 IT처럼 성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우뚝 솟으면 그 영향으로 다른 기업들도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 제천시에 위치한 엔지켐생명과학 공장 전경. 사진/엔지켐생명과학
 
유현석 기자 gus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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