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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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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공정성의 훼손'과 '꼰대 이미지'

2018-01-22 06:00

조회수 : 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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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20일 밤,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남북 올림픽 참가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단일팀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영문 명칭은 ‘COR’, 유니폼은 한반도기 디자인의 유니폼, 국가는 ‘아리랑’이다.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단일팀이 구성되는 것은 아니고 여자 아이스하키에 국한된다. 그리고 개폐막식 공동 입장. 짧은 기간, 말도 많고 논란도 많았지만 결정은 이렇게 결정됐다.
 
형식적으로는 IOC가 논의를 주관하고 발표도 맡은 모양새지만 이미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과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조율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북한의 응원단, 예술공연단, 참관단 파견이나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진행과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 훈련 등은 이미 확정된 사안이다.
 
북한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으로 촉발된 지난 9일의 고위급 회담 이래 지난 10여일 간 남북의 논의 결과들이다.
 
지난 십여 일 간 우여곡절들이 많았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우리 내부의 균열점들이다.
 
북한에 대한 기존의 이념적 갈등 외에 세대적 격차까지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표면적으로 보면 아무 상관이 없는 암호화 화폐에 대한 논란도 화학적으로 결합됐다.
 
세대적 갈등을 심화시킨 두 가지 문제를 관통하는 키워드 역시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공정’. 좁혀서 보자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문제다. 비인기 종목이라기 보단 무인기 종목이나 다름없는 환경 속에서 묵묵히 땀을 흘린 우리 선수들위에 북한 선수들이 정치적 낙하산으로 무임승차한다고 인식되는 것. 좀 더 넓혀서 보자면 올림픽 전체다. 온갖 애를 써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거액의 돈을 들여 개최 준비를 마쳐가는 마당에 ‘한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북한이 마치 대등한 입장인 것처럼 끼어드는 것. 그리고 논의 과정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 끌러가는 듯한 모습, 삼대세습 독재정부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우리 민주정부에 대한 자긍심이 손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둘째는 ‘가르치려 든다’는 것. 문화부 장관, 국무총리 등이 “우리 선수들이 손해볼 것은 없다”고 하자 “아이스하키가 뭔지도 모르고 말한다”는 반발이 터졌다. 그러자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크게 주목을 받으면 결국은 이익”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정부를 옹호하는 쪽에선 “애초에 한국팀은 출전 자격도 없었으니 손해볼 것도 없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선수들이 좀 더 넓은 뜻에서 큰 틀에서 통일부 장관 출신 교육감의 “개인적 욕망도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서 큰 역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은 ‘가르치려는 꼰대’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북한, 김정은 체제,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은 ‘기본값’이다.
 
갈등 양상에 보수야당과 보수 언론이 가세해 장단을 맞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논의를 선도하고 흐름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착각’에 불과하다. 현재 이들은 여론을 주도할 역량과 권위가 없다. 깊이 생각하기 싫거나, 뭐가 잘못됐는지 정말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저들과 전선을 그으면 결국은 다들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왜냐? ‘북한 편만’ 드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원인을 제대로 포착하고, 힘들더라도 거기서 눈을 떼지 않아야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올림픽 잘 치러야 하고 북한 선수단 참가도 좋은 결과로 연결시켜야 한다. 억지 감동을 연출하거나 가르치려 하면 더 역효과가 커질 것이 분명하다. ‘열심히’ ‘진정성 있게’ 이런 건, 냉정히 말해 부수적 덕목들에 불과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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