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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충격, 아직은 견딜만 한데…문제는 앞으로 경기상황"

소상공인들 "임금인상에 재료·임대료 상승 겹치면 감당 불가능"

2018-01-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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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정재훈 기자]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으로 고용은 줄고 물가는 오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기가 나쁘지 않은 시기인데다,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상공 업계에선 이같은 지원 외에 근본적으로는 차후의 경기 상황이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재료비·임대료 상승 등의 요인이 더해질 경우 소상공인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다.
 
소상공 업계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는 업종 중 하나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주로 고용하는 편의점이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생 6명을 고용하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계모(48)씨는 "매출이 최저임금만큼 오르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편의점을 유지하려면 '야간 무인화' 말고는 방법이 없다. 최저 시급 1만원이면 편의점은 다 문닫아야한다.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계씨는 "현재 편의점주들 대부분이 이미 자신들 근무시간을 앞뒤로 한두시간씩 늘리고 있다"며 "주말에 쉬던 점주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는 상황이다. 점주가 일을 더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구로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며 주야로 아르바이트 1명씩을 고용 중인 조모(50)씨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버틸 수준은 된다"고 했다. 조씨의 걱정 역시 최저임금보다는 매출 추이다. 경기상황이 나쁘지 않은 지금은 최저임금을 일부 올려줘도 괜찮지만, 앞으로 경기 상황이 불투명해지는 경우가 문제다. 조씨는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매출이 안 오르는 것"이라며 "매출이 오르면 인건비를 그만큼 올려줘도 된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만 죽어나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내년 이후 경기가 안좋아질 경우엔 조씨도 별 수 없이 자구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임금수준까지는 감내할 만한 정도인데, 문제는 내년부터"라며 "내년에 최저임금이 10%만 올라도 가게 운영이 어렵다. 휴무시간을 준다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수밖에 없다. 충격을 줄여 점진적으로 할 수도 있는데 정책을 왜 이렇게 섣불리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씨는 일자리안정자금과 4대보험 지원금 등 1인당 매달 13만원을 지원해주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13만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4대 보험을 들어야하는데 일부 직원은 그걸 신청하면 그만둔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4대 보험에 가입하면 본인 부담금이 있어 실수령액이 깎이기 때문에 대체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용산의 한 시장에서 하루 매출 50만~60만원의 빵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0)씨 역시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 여부의 관건은 결국 경기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김씨는 제과제빵 자격증이 있는 직원을 제외하면 1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 중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김씨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월 100만원 주던 것을 120만원으로 올려줘야 한다. 김씨는 "순이익이 줄어드는 문제는 있겠지만 지금 바로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라며 "봄 시즌은 대부분 업종들이 매출이 잘 오르는 계절이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은 여름 이후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경우엔 최저임금 인상보다 사실 재료값 인상 속도가 더욱 걱정이다. "최저임금이 재료값이랑 함께 오를 때가 진짜 심각한 문제"라며 "임대료 상승은 예전만큼 크지 않은데, 재료비 상승은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인터넷 의류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1)씨의 경우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실현될 경우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서민층의 소득이 늘면 결국 경기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다. 이씨의 의류쇼핑몰의 직원은 50여명으로, 이 중 8명 가량이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이다. 이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직원 1명당 20만원 가량 임금이 상승하고, 정직원도 20만원 정도씩 임금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씨가 감당해야 할 매달 인건비 상승분은 500만원 수준이다. 이씨는 "현재 월 500만원 정도 추가분은 큰 부담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입이 늘면 소비자들이 옷을 더 살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씨의 경우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올해까지는 괜찮은데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걱정"이라며 "옷을 만드는 공장의 경우 공장 공임 상승에 이어 실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가격이 오르면 소비심리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들에 의한 소득주도 성장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정부가 세밀하게 정책을 펴며 소상공인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지출만 가져온다. 상승한 임금을 받은 근로자들이 소상공인들한테 돈을 쓸 것이라는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생존을 할 수 있을 만큼 임금 인상분에 맞춰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의견 청취 및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일대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정재훈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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