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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법원문화 개선", 안으론 "우리 편만"…국민 기망

법원행정처, 사법행정위 구성 개입…진보·비판성향 법관 원천 배제

2018-01-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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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들의 사법행정정책 결정 참여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 구성에 적극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법행정위는 2016년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들의 원활환 소통과 사법행정정책 결정 참여로 법원문화와 재판제도를 개선한다는 목적 하에 출범시킨 기구다. 위원장을 포함해 일선 각급 법원 소속 법관 총 총 34명으로 구성됐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2016년 1월 ‘법관의 사법행정 참여를 위한 규칙’까지 제정했다.
 
법원행정처는 2016년 당시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사법행정위 출범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를 입맛대로 통제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기간 도제식으로 굳어져 온 법원문화나 재판제도 등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무관하지 않다.
 
법원 추가 조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3월 사법행정위 구성 대상 법관들을 경력과 성향, 활동 내용별로 분석해 유형별로 분류한 다음 일정 법관들은 원천적으로 배제한 뒤 그 명단을 추천권자인 각 고등법원장에게 제공했다.
 
또 후보자 추천명단에 ▲“기본적으로는 보수 성향이지만, 우리법연구회 회장 역임 -송○○ 판사가 믿고 따르는 선배”▲“진보 성향 법관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전략적 사고에 능하나, 주장이 강한 편은 아님” ▲“서울중앙 단독판사회의 경선에서 박○○ 판사 지지” ▲“비밀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개설자, 우리법연구회 핵심 그룹, 强性” 등 내용을 기재했다.
 
추가 조사위 측은 “추천 명단 등에 기재되어 있는 보수나 진보, 온건 및 강성 여부 등의 정치적 성향, 특정 성향의 다른 법관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 특정 연구회 소속 여부, 가족관계 등의 사유는 사법행정위원회의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고, 그 판단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사법행정위 법관 위원 추천이 법원행정처의 자의적 판단이었음을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단독판사회의 등 법관들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법관들의 조직 구성이나 사적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인터넷 상 커뮤니티 활동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추가 조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진보·비판적 성향의 박모 판사가 2016년 3월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에 출마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같은 법원 A판사를 출마시켜 적극 지원했다.
 
법원행정처는 특히 박 판사의 학력과 경력을 게시한 프로필 문건을 만들고, 박 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모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게시글과 우리법연구회 활동전력 등을 토대로 그가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으로 당선될 경우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 등 사법행정라인과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법원행정처는 A판사를 적극 지원하도록 대응방안을 세운 뒤 같은 법원 판사 2명을 지원단으로 지명하고, 단독판사의 복지 및 실질적인 지위 향상 등 선거공약 아이템, 경선 당일 A판사에 대한 지지발언을 할 판사 섭외, A판사를 지지할만 한 판사들의 회의 참여 독려 방안 마련 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박 판사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경선에서 박 판사가 의장으로 선출돼 법원행정처의 계획은 좌절됐다.
 
A판사는 3차례에 걸친 추가 조사위 조사에서 “스스로의 의사에서 출마한 것이지 법원행정처와는 무관하며, 오해를 받는다면 본인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는 상황이기에 억울하다”고 진술했다.
 
법원행정처는 몇몇 여성 판사들이 소통목적으로 만든 ‘이판사판야단법석’ 다음(Daum) 카페에 대해서도 ‘관리’했다. 이 카페는 ‘여성 판사 네이버 카페’ 회원이었던 여성 판사들이 2014년 모여 만든 의사소통 카페로 신변잡기부터 상고법원 설치, 쌍용차 해고노동자 판결 선고, 법원 인사 등 폭 넓은 주제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이 카페에 대해서는 주로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가 로그인 가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보해 회원정보와 게시글 등을 수집했고, 모니터링을 하다가 ‘법관윤리강령과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위반’사안이 보일 경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설득 및 엄포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대응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에 앞서서는 자발적으로 카페를 폐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먼저였다.
 
추가 조사위는 이날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사법행정 목적의 달성,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 보완 등을 이유로 가능한 공식적, 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심의관 출신 등의 이른바 ‘거점법관’을 통하여 해당 법원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코트넷 게시판뿐만 아니라 법관들의 익명카페,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까지 법관들의 동향과 여론을 파악해 왔다”면서 “나아가 익명카페 등에 상고법원 설치 등 민감한 사법정책 현안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글이 많이 게시된다는 이유로 익명카페 자진 폐쇄의 유도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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