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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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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주주친화정책의 의미

2018-01-31 17:03

조회수 : 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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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정책 아래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법의 국회 통과 관문은 여전히 높지만 제도적으로 조치 가능한 부분들에선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이 많은 일감몰아주기와 내부거래 통제 감시·처벌 기능이 강화됐다. 이로써 대기업집단의 지배기업은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의 수익창구로 연결되는 통로가 좁아졌다.
 
공정위는 나아가 지배기업의 상표권 수취 적정성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총수일가로선 합법적 현금 창출 수단이 사실상 배당 정도로만 압축된다. 기존에 재벌은 외부로의 현금 유출로 배당을 꺼려했지만, 승계 시점이 도래해 상속세 등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부담을 감수하는 모습이다.
 
소액주주들로서는 지배주주 일가에만 집중됐던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업 성장에서 배당 지출을 마냥 좋게 볼 수만은 없다. 배당 확대는 성장기보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성숙기 기업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기업이 배당에만 집중하며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 않아 낙수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은 재벌개혁의 단초가 됐다.
 
재벌개혁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주주친화정책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한다. 정부가 겨냥하는 재벌개혁 목표는 결국 지배구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설정한 재벌의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은 점점 인내심이 줄고 있다. 하반기엔 금산분리,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다. 재벌이 배당 확대 등 주변만 맴돌아서는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 진정한 주주친화정책이다.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총수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재벌 집단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재벌을 해체할 수도 없다. 정부가 국정운영과제로 설정하고 국회에도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 등의 목적은 이사회 구조를 투명하게 바꿔 총수 독단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요즘 최태원 SK 회장은 다양한 행사에서 자신의 경영관과 사회적 책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심지어 총수로선 드물게 신입사원과의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간접적으로 사회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경영자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주주들의 투자 판단을 돕는다. 경영방침에 대한 공유를 통해 과거 기업 성장과 무관하게 쪼개지고 합쳐지거나 비자금이 불거졌던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고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낮춰줄 수 있다. 그런 최 회장 역시 현재는 자신의 견해만 제시하는 일방통행에 그친다.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도 받는 등 쌍방향 통행으로 주주친화정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에는 여전히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인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이사회 의장에 내정됐을 때만 해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 의지가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예우차원으로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기로 한 것에 비춰 이 사장 역시 단순히 ‘60대 커트라인’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삼성전자 내 신설된 TF팀 조직은 계열사간 사업 협력만 조율할 뿐 그룹 경영과는 선을 긋고 있다. 해당 조직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외부와도 단절된 상태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계열사가 일제히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그룹 차원의 결정을 누가 했는지 알 길은 없다.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자산을 배분할 사람이 누구인지 주주는 옥중의 이재용 부회장일 것이라고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그것은 주주친화정책과 배치된다. 컨트롤타워를 외부에 드러내고 투명하게 운영하며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고 시장의 평가도 받아야 한다. 먼저 투명한 구조를 확립한 다음에야 시장에서도 삼성이 내세우는 주주친화정책의 진정성을 인정해 줄 것이다. 
 
이재영 산업1부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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