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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피플)"AI스피커는 인프라일 뿐…IPTV·IoT에 집중할 것"

이해성 LG유플러스 AI서비스 담당

2018-02-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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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인공지능(AI) 스피커 경쟁이 뜨겁다. 기존 블루투스 스피커와 달리 말 한마디로 음악을 재생한다. 가전을 제어하고 쇼핑도 할 수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버튼에서 터치로, 이제 음성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태동기다. 아마존(에코), 구글(구글홈)과 같은 절대 강자가 없다. 높은 음성 인식률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업체들은 가입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네이버의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가 대표적이다. 각자 조금씩 다른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확실한 차별점을 내세운 제품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들은 차별화된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시장 진입이 늦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손잡고 '우리집AI'를 시장에 내놨다. 막강한 데이터 경쟁력을 갖춘 네이버와 인터넷(IP)TV·사물인터넷(IoT)에 적극적인 LG유플러스가 뭉쳤다. 시장의 관심은 차별화 전략이다. 지난 2일 용산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이해성 AI서비스담당(상무, 사진)을 만나 AI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데이터 강자 네이버와 파트너…휴대용 AI스피커 출시 검토
 
"AI스피커는 AI 서비스의 인프라로 여기고 있어요. 스피커를 활용해 IPTV와 IoT 기기들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LG유플러스가 목표로 하는 궁극적인 AI 서비스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이 상무는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LG유플러스의 홈IoT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홈IoT는 조명과 콘센트 등 각종 가정 기기에 센서를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상품이다. IPTV 가입자도 증가세다. 지난해말 기준 LG유플러스의 IPTV 누적 가입자 수는 353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5.6% 늘었다. 지난해 IPTV 매출은 74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이처럼 상승세인 홈IoT와 IPTV에 AI를 적극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IPTV 셋톱박스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업그레이드를 한 셋톱박스 사용자들은 우리집AI나 IPTV 리모콘을 통해 음성으로 주문형비디오(VOD) 검색이나 채널 변경, 음량 조절 등을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IPTV 셋톱박스 업그레이드를 받은 사용자는 150만명이다.
 
LG유플러스는 AI스피커의 파트너로 네이버를 선택했다. 우리집AI에 탑재된 AI플랫폼은 네이버의 '클로바'다. 이 상무는 네이버와 손을 잡은 이유로 데이터 경쟁력을 꼽았다. "네이버는 지식인에 대한 답변과 검색 결과 등 타사에 없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죠. 클로바의 한국말에 대한 인식률이 가장 높습니다." 이 상무는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가능한 점을 클로바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앞선 질문의 답변을 기반으로 질문을 추가로 이어가는 단계가 다른 AI플랫폼보다 많다"며 "데이터가 탄탄하다보니 많은 사용자들이 특별한 목적이 없는 일상적인 내용으로도 우리집AI와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IPTV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도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활용된다. VOD 검색 기록이나 프로그램 시청률 등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성향에 맞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상무는 "현재 가입자들이 우리집AI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음악 재생과 조명·플러그 제어이며 IPTV는 채널과 VOD 검색"이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IPTV 콘텐츠 중 교육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YBM과 손잡고 영어 교육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등 다른 언어로 어학 교육 콘텐츠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가정에서 IPTV, IoT 기기들과 함께 사용하는 우리집AI와 달리 갖고 다니며 쓸 수 있는 휴대용 AI스피커 출시도 검토 중이다. 기존 우리집AI보다 크기를 줄이고 LTE망을 활용하는 제품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각각 누구 미니, 기가지니 미니를 출시한 상태다. 이 상무는 "단순히 기존 서비스를 LTE망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홈·미디어 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U+ 우리집AI'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자체 AI, B2B 활용…건설사 손잡고 AI 아파트시장 공략
 
LG유플러스도 자체 AI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별도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자체 AI플랫폼을 B2B(사업자간거래) 시장 공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다양한 사업자들과 B2B용 서비스 개발을 검토 중이다.
 
또 B2B 시장에서 주목할 곳이 아파트 건설 시장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이통사들과 손잡고 AI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를 짓는 경우가 많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0월 네이버, 대우건설과 제휴를 맺었다. 대우건설이 짓는 아파트에 LG유플러스의 멀티탭·블라인드·공기질 센서 등 홈 IoT 서비스가 들어간다. 네이버의 클로바도 탑재돼 에어컨·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 등을 음성으로 사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와 대우건설은 AI 아파트 구현에 있어 각자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운영 중이다. 건설사가 조명이나 IoT 기기 제어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이통사는 자사의 콘텐츠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서로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이 상무는 "소비자들이 AI 아파트의 어떤 부분을 가장 큰 가치로 느끼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파트너들을 찾으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KT는 6일 현대건설과 AI 아파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KT의 기가지니와 현대건설이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플랫폼을 연동한 서비스를 입주민에게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금호건설·아시아나IDT와 스마트홈 서비스 제공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GS건설과 손잡았다.
 
건설사와의 스마트홈 서비스는 처음부터 서비스를 갖춰놓은 비포 마켓이다.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홈IoT 서비스가 기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들과도 연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애프터 마켓도 공략하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FC부문의 AI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미디어·IoT 등 각 부문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AI 사업의 특성상, 신속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는 권영수 부회장의 의중이 담겼다. 이 상무는 "CEO 직속 편제 후, CEO가 직접 의사결정을 하면서 일의 진행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AI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지만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함께 하는 고민이다. LG유플러스는 음성인식과 딥러닝(기계심화학습) 등을 경험한 경력 직원 중심으로 AI 인력을 채용 중이다. 해외에서 석박사급 인재들을 모셔오기도 한다. 이 상무는 "AI 자체가 난이도가 있다 보니 전문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음성 인식을 비롯해 이미지 인식, 동영상 관련 전문 인재들의 채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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