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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입원 환자에게 약 전달 물류로봇 '고카트' 병원 손과 발 되다

채혈샘플 배송 등 다각도 활용…120kg 물품도 언제 어디든 가뿐히 배달

2018-02-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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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8일 오전 11시30분 대전 서구 을지대학교병원 본관 1층.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GoCart)가 분주히 일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본관 1층 진단검사실에서 신관 3층 채혈실로 이동해 채혈 샘플을 받아와 다시 진단검사실로 복귀하는 업무 명령이 떨어졌다. 본관에서 신관으로 이동하려면 경사로로 연결돼있는 구름다리를 건너야한다.
  
고카트는 FMS(일종의 중앙 서버)에서 경사로 이동 허가를 받은 뒤 움직였다. 100m 남짓 경사로를 이동한 후 우회전. 90도 꺾자마자 나타난 벤치를 피해 움직였다. 엘리베이터 타는 곳으로 이동하자 FMS가 다시 허가 신호를 보냈고, 고카트는 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고카트는 환자·의료진 등으로 붐빌 경우엔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이동하는 도중 뒤쪽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자 3D 카메라로 인지해 움직임을 멈췄다. 고카트는 채혈검사실에서 채혈 샘플을 받은 뒤 진단검사실로 이동해 일을 마쳤다. 초당 1m를 가는 속도지만 움직임은 정확했고, 사람의 동선과 겹치지 않았다.
  
고카트는 로봇전문기업 유진로봇이 탄생시킨 스스로 일하는 물류 특화 로봇이다. 고카트 2대(1대당 약 5000만원)를 을지대학교 병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유진로봇은 이날 을지대 병원에서 실제 고카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시연했다. 국내 병원에서 일하는 로봇이 도입된 것은 고카트가 처음이다.
 
고카트는 주로 진단의학과 내부에서 내근을 하고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건강검진센터로 이동해 채혈 샘플을 싣고 진단의학과로 보내는 작업을 한다. 이같이 예정된 일정대로 일하는 것은 '온 스케줄' 기능이라 불린다.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채혈 샘플을 긴급히 이동해야 할 때는 간호사가 태블릿PC로 고카트에게 긴급 업무 지시를 내린다. '온 디맨드' 기능이다. 
 
고카트는 4시간 사용·4시간 충전, 고카트미니는 3시간 사용·3시간 충전으로 작동한다. 자동 도킹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을지대병원에는 2대의 고카트미니가 교대로 작업하며 서로의 근무 시간을 보충해주고 있다. 
 
8일 오전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 있는 고카트. 사진 제공=유진로봇
 
유진로봇에 따르면 2015년 프로토타입 개발 후 고카트는 호텔·공항·병원 등에서 16차례 필드 테스트를 거쳤다. 검체, 의료샘플, 멸균용품, 약품, 식사 등 저용량 물류부터 린넨이나 폐기물 등 고용량 물류까지 배송할 수 있다. 고카트는 최대 120kg까지 적재할 수 있고, 고카트미니는 10kg까지 실을 수 있다. 3D카메라, 센서 등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공간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사람이나 장애물을 인식해 충돌을 피한다.
  
특히 고카트는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층간 이동도 할 수 있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선진 로봇기술을 지닌 외국의 경우에도 로봇의 충돌 우려가 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둔다"고 설명했다. 고카트는 사람·사물의 복잡한 동선을 인식할 수 있어 자동문을 통과할 수 있고, 구름다리를 통한 건물 간 이동도 가능하다. 또한 기존 로봇이 2D 센서 기반으로 레일을 활용한 배송, 목적지 부근까지의 배송만 가능했다면 고카트는 도어투도어로 사무실에서 사무실로 배송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고카트가 단순 반복 업무를 해주면서 의료 인력은 환자 돌봄 등 본연의 임무를 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의무보조요원의 경우 비정규직이 많은데 휠체어를 밀면서 차트를 들고 채혈 샘플을 들고 다녔다"며 "고카트 덕분에 이 분들은 환자 안전과 돌봄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병원에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고카트로 오염구역에 물류를 전달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고카트 도입 초기로 눈에 띄는 비용 절감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향후 의료 보조인력의 업무 피로도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고카트의 경우 배터리 충전으로 24시간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진로봇이 고카트를 선보인 것은 물류 로봇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물류 로봇시장은 2016년 2조원에서 2021년 24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로봇생산 규모는 2016년 4만대에서 2021년 62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진로봇은 향후 멸균 용품 배송 등 특수 물품 배·송으로 확대하고, 호텔·공장 쪽에도 고카트 공급을 추진 중이다.
 
8일 오전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채혈 샘플을 물류로봇 고카트에 싣고 있다. 사진 제공=유진로봇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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