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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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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뇌전증 편견 벗기(3) - 간질 공포감 과장하는 병원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원장

2018-02-12 13:06

조회수 : 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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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이나 뇌전증, 어떤 병명을 사용하든지 사회적인 편견을 만드는 강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공포감이다. 경련이 발생할 때 외견상 모습이 흉측하기도 하지만 뇌 속에서 발생하는 것인지라 일반인들은 뇌가 손상될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뇌전증 환자를 정신병자 취급하기도 한다.
 
경련에 대한 공포감은 정작 환자 자신보다는 보호자들에게 심하다. 뇌전증 환자는 대발작을 하는 경우 경련이 있었던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경련에 대한 체험적인 공포감은 없다. 반면 경련 상황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극심한 공포감에 시달리게 된다. 심한 경우는 불안신경증이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공포감의 근원을 깊게 파고들어 가면 경련을 할 때마다 뇌가 손상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큰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경련은 5분 이내이기 때문에 필자는 환자들에게 “아이가 경련 때문에 뇌가 손상될 위험은 없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조언을 들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아이가 경련으로 인해 뇌가 손상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생각이 제공되는 경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인터넷 환우회를 통해서다. 환우회 글을 읽어보면 경련이 뇌손상을 일으킨다는 잘못된 정보를 절대 진리로 신봉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을 통해 환우들끼리 경련공포증을 공유, 증폭시키는 셈이다.
 
두 번째 경로는 보다 근본적이다. 항경련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의도하지 않게 경련 공포증을 강화시킨다. 의사들은 항경련제를 성실하게 먹어야 한다고 독려할 때 흔히들 “경련이 심해지면 뇌손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성실하게 약을 복용하세요”라고 말한다. 환자는 이 말을 항경련제를 안먹으면 경련이 증가하고 뇌손상이 진행된다는 말로 이해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뇌전증 환자에게 경련공포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경련이 심해지면 뇌손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경련이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다음과 같이 얘기해야 한다. “경련이 심해져 2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만 뇌손상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경련의 양상이 바뀌어 갑자기 심해져 간질중첩증이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됩니다.”
 
환자가 치료에 순응도를 보이도록 설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료행위다. 그러나 환자의 공포감을 가중시키는 부정확한 정보제공은 부적절한 의료행위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첩경은 진료일선에서 경련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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