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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이자보다 임대소득 많아야 대출…금융사 부당영업 적발시 경영진 중징계

금융감독원 '2018년 업무계획', 건전성 제고·소비자보호 방점

2018-0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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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에도 규제 고삐를 조인다. 특히, 자영업 대출의 증가세를 이끌었던 부동산임대업 대출에는 사상 처음으로 대출 규제비율이 적용되는데, 금융사는 자영업자 중 임대소득업자에 대해 임대수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임대소득업자는 임대수익이 이자보다 기준치 이상으로 많아야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자영업자 대출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내놓은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의 핵심은 가계부채 등 금융업 리스크 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금융질서 확립을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맞춰졌다. 먼저 금융업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는 자영업자 대출의 문턱이 오는 3월부터 상당히 높아진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 대책 시행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 기업대출이 788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2000억원 증가한 가운데 중소기업이 3조6000억원씩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90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조5000억원 늘었다. 부동산 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대출 억제로 가계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영업자 대출로 우회해 편법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받지 않아 대출 한도가 가계대출보다 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오는 3월부터 부동산임대업 대출에 대해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terest)을 적용하기로 했다. RTI는 임대수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눠 계산한다. RTI 기준은 주택는 1.25배, 상가 등 비주택은 1.5배 이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가 등 비주택에는 LTV와 DTI 등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보통 부동산 매매가나 분양가의 50~70%를 담보로 인정한다. 10억원짜리 상가를 살 때 최대 7억까지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RTI를 도입하면 부동산 임대업자의 대출 한도는 지금 보다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상가를 사려는 사람이 3.6%짜리 변동금리 대출로는 최대 5억4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RTI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대출은 거절되지 않지만 심사의견을 별도로 기재하고 금융회사가 사전에 설정한 한도 내에서만 취급하도록 했다. 단 1억원 이하 소액 대출, 상속 등으로 불가피한 채무를 인수할 경우와 중도금대출 등은 RTI 심사에서 제외된다.
 
담보 부동산은 유효담보가액을 초과해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받는 경우 유효담보가액 초과분을 매년 10%씩 분할상환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예를 들어 유효담보가액이 6억원인 상가를 담보로 8억원을 대출받으면 6억원은 만기 일시 상환하더라도 나머지 2억원은 매년 2000만원씩 분할 상환하는 형식이다.
 
금융사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매년 자영업의 대출규모와 증가율 등을 감안해 3개 이상의 관리대상 업종을 선정하고 업종별 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업종별 한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한도를 넘어선 여신은 취급 기준 강화 등의 추가 조치로 대출 문턱을 계속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대출을 살펴보면 상권, 업종에 따라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대출 상황에 따라 관리대상 업종을 지정해 리스크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부당한 영업행태를 적발하는 데 검사 인력의 60%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 중대법규 위반행위가 드러나면 기관·경영진 중심으로 엄정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과징금·과태료 등을 엄정 부과하고, 업무정지·영업점 폐쇄 등 중징계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
 
특히 현장검사시 자료제출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등 검사를 방해한 경우엔 과태료 엄중 부과 등 단호히 대응키로 했다. 금감원은 이미 검사행위방해 행위에 대한 과태료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내용으로 주요 금융법 개정을 완료한 상태다.
 
금융권의 부당한 행위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구제 제도는 내실화한다. 유사한 유형의 피해를 분쟁조정위원회에 일괄 상정해 신속히 구제하는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 제도'를 도입하고 분쟁조정 절차 진행 중 금융회사의 일방적 소(訴) 제기를 차단하는 등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의 실효성도 제고키로 했다.
 
금감원은 또한 금융사 지배구조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최고 경영자(CEO) 리스크가 최종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 CEO 선임 절차, 경영 승계 계획 등이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준수했는지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앞서 22일부터 9개 금융 지주회사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점검 대상에는 CEO 선임 절차 등 외에도 사외이사 등 임원 선임 절차 적정성, 준법 감시인 및 위험 관리 책임자(CRO)가 수행하는 내부 통제 기능 적정성, 성과 보수 체계의 지배구조법 부합 여부 등이 포함된다.
 
금감원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대주주 불법 지원 등 금융업 질서를 해치는 요인도 점검할 계획이다. 일례로 은행·증권의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는 현행 50%에서 올해 45%, 오는 2022년에는 25%로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부가통신업자(VAN사)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개선하고, 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와 대주주 간 거래 적정성을 살피는 상시 감시도 강화할 예정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올해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금융회사의 부당한 영업행위 차단, 금융질서 저해요인 점검 등 금융소비자 본위의 금융감독을 실현하겠다"며 "가계부채 등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위험관리와 리스크 취약분야에 대한 감독·검사 역량 집중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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