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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은

(피플)강병구 교수 "저출산·고령화 대응 위한 재정확대 불가피"

"부동산 보유세 인상,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이 가장 현실적"

2018-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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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 하는 조세정책의 키워드는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다. 이같은 정책 기조는 문재인정부 첫 세법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겼고 고소득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증세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사회적합의가 필요한 조세, 재정 개혁과제들을 논의할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개혁특위가 곧 출범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필요성, 지대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문재인정부 ‘증세 시즌 2’로 떠오른 보유세 인상 논쟁이 뜨겁다.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중 축소 등도 조세재정개혁특위 논의로 미뤄둔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구 민주정책연구원)의 정책자문으로 문재인정부의 조세정책 설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최근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국세청 개혁 과제 정리를 총괄했던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조세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 들어봤다.
 
-소득재분배 강화에 역점을 둔 문재인정부의 조세정책이 지난해 세법개정안 등을 통해 구체화됐다. 정책방향과 속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조세공평성이 취약하고, 조세부담률이 상당히 낮다. 또 지하경제 규모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 하고, 이에 상응하는 세수확충이 필요하다.
 
과연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는데 보편적 누진세제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 순서에 있어서는 취약한 과세공평성을 정상화하고, 보편증세 차원에서 부가가치세, 재산세, 근로소득자 과세미달자 축소 문제 등에 대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정부는 이러한 맥락에서 세제개편을 기획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적절한 것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세법개정에서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을 추진했고, 올해 보유세 개편방침을 공식화 하는 등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취약한 세제공평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뜨거운 것 같다. 특히 박근혜정부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했다. 물론 탈세를 근절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에 상응해 부담능력이 있는 고소득자, 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세제 정상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을 바로 잡자는 국민들의 열망도 있고, 정부도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실현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강하다. 집권초반 여러 조건과 환경이 잘 조성돼있고, 공평과세를 통한 불평등한 분배구조 개선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취지에도 맞기 때문에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문제, 경제력 집중문제, 대기업의 성장 결실이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흘러가지 않는 즉,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국회 논의를 거쳐 정부안보다 완화되기도 했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인하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보유세 개편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여당에서는 지대개혁 차원에서 접근하기도 하는데 큰 틀에서 개선돼야 할 지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에서 자산의 양극화가 높은 수준이다. 이는 재산의 불평등, 그에 따른 소득의 불평등 문제이면서 한편으로는 주거복지를 침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총세수에서 차지하는 거래세(증권 거래세 등 포함) 비중은 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에 비해 높다. 반면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3.2%로 OECD 평균인 3.9%에 비해 낮다. 부동산 보유세는 조세체계의 효율성 기준에서 볼 때 가장 좋은 세제라는게 조세학자들의 일반적 평가다. 근로소득세나 이자소득세를 과하게 부과하면 노동공급과 저축,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토지나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이 더 부과된다고 해도 토지의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고, 여타 선택행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기 때문에 경제왜곡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조세공평성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자산 보유에 대한 과세가 상당히 취약하다. 정부에서 내년부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기로 했는데 필요경비율 60%를 인정하고,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400만원을 기본공제하게 되면 실효세율이 3.08%에 불과하다. 한편에서는 근로소득자의 약 45%가 과세미달자라며, 이들이 세금을 조금이라도 내게 해야 한다고 한다. 일종의 불로소득인 임대소득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서 소득수준이 낮은 근로자들에게 세금 더 내라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참여연대에서 작년 상반기 기준 서울시 아파트의 실거래가격과 공시가격의 시가반영률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실거래가가 높은 지역일수록 시가반영률이 낮았다. 실거래가가 높은 지역일 수록 과세표준이 낮게 잡히면서 이득이 더 커지는 것이다.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지역 간 세부담에 편차가 나타나면서 종합부동산세의 누진성이 약화됐다는 결론이었다. 조세체계의 효율성, 공평성을 감안할 때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유세 인상의 구체적 방법으로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 공시지가 현실화, 임대소득 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등 방안이 거론된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공시가격의 시가반영률은 65% 안팎이다. 시가반영률 현실화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상속·증여세, 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노령연금 판단 기준, 개발부담금 부과액, 국공유재산 사용로 산정, 특정 지역 개발시 정부의 보상평가 기준 등 많은 문제에 걸쳐있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 
 
우선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80%에서 100%로 올리는 게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을 검토해볼 수 있다. 종부세 부담 대상자가 우리나라 전체 주택소유자의 2%가 채 안 된다. 그 중에서도 상위 10%가 종부세 세수의 50%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양극화 돼있음을 뜻한다. 부담능력이 있는 계층부터 세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 이후에 보편증세의 성격이 있는 시가반영률 현실화를 검토하는 게 순서다.
 
-곧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조세재정특별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제가 있다면.
 
미래에 어떤 한국을 지향하느냐, 어떤 형태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이에 조응하는 조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재정확대가 불가피 하다면 전반적인 세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가되 방식에 있어서는 보편적 누진세제 방식으로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담세능력이 있는 계층과 기업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면서 그럼에도 재정지출 재원 충당이 어렵게 되면 국민들에게 보편적 증세를 요청하는 중장기적 세제개편 로드맵이 필요하다.
 
보편적 증세 전단계에서는 보다 강화된 누진적 세제를 통해 확충된 세수로 국민들에게 복지혜택을 체감하도록 해 증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이나 근로소득세 과세미달자 문제 해결 등에 나서야 한다. 
 
재정문제는 재정 자체의 건전성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실업해결 같은 사회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탄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한 미국의 경제학자 아바 러너의 주장에 공감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개별연도의 세수와 세출을 일치시키려는 강박적 재정운용을 해왔다. 물론 탄탄한 재정건전성이 우리 경제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국채발행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돼 다시 성장의 기반이 조성되고, 소득의 증가가 세수의 확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우호적 조건에도 보편적 증세는 쉽지 않은 주제다.
 
국민들도 이제는 교육, 복지, 환경, 안전 등 국가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상응해 기꺼이 재원을 부담할 태도나 의향은 갖춰졌다고 본다. 다만 보다 보편적인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필요가 있고, 그러면서 세금의 가치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확충도 그 일환이다. 이런 복지혜택을 체감해 나가면서 국민들도 증세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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