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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검찰 "이학수 전 부회장, 준비 없이 불렀겠나"(종합)

"이번 수사는 뇌물수사"…다스 소송비용 대납사건 혐의입증 자신

2018-02-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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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이번 수사는 뇌물 수사라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 이학수 전 부회장을 부르는데 준비 없이 불렀겠나.”
 
검찰 관계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15일 소환하기 직전 이렇게 말했다. 혐의 입증에 상당히 자신 있는 모습이다.
 
그간의 수사상황을 보면, 검찰이 이번 수사를 얼마나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주)다스 소송비용을 삼성 측이 대납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단서를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한 김백준 전 청와대 전 총무기획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잡아냈다.
 
김 전 기획관은 ‘MB의 집사’로 불리어 온 인물이다. 현대종금 부사장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과 김경준 BBK대표가 공동 대표로 있던 LKe 뱅크에 이사로 근무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법이 시행되자 김재정 당시 다스 사장 등과 함께 특검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수사는 ‘국정원 특활비 뇌물’ 혐의로 시작됐지만, 검찰은 그의 이 같은 이력에 주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1월12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김희중 전 1부속실장의 자택 등과 함께 김 전 기획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튿날에는 김 전 기획관을 소환 조사했으며, 그 다음날인 14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손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7일 김 전 기획관을 구속한 검찰은 구속기간을 한차례 연장하고 구속만료기간인 20일을 꽉 채워 19일간 그를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MB의 집사’인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다스가 미국에서 BBK 투자자문을 상대로 진행 중인 투자금 140억원 회수소송에 삼성 측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때를 전후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 정부 인력을 투입한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까지 합류, 삼성을 겨냥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지난 3일 구속기소했다. 그로부터 3일 후 이 전 부회장 자택과 삼성전자 서초동 사무실, 우면 R&D 캠퍼스, 수원사옥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때 이 전 부회장은 외국에 머물고 있었으나 설 명절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어 곧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검찰이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고 3일 지나서야 움직인 데에는 이 전 부회장이 소환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부회장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출석할 것을 전날 통보했다.
 
검찰은 삼성 측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과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원포인트 특사’가 대가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상태였다. 검찰은 이 외에도 삼성이 다스 소송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명박 정부로부터 특혜 등을 받은 또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10년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 전 부회장은 사업상 관계가 없는 다스에 소송비용을 왜 지원해 줬는지, 비용 지원이 본인 혼자만의 결정이었는지, 이 회장에 대한 사면이 대가였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지만 "검찰에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만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 회장 일가 비자금 조성' 사건에 연루돼 2008년 2월14일 '조준웅 특검'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후 특경가법상 배임혐의 등으로 이 회장 등과 함께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조사내용과 앞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 분석, 김 전 기획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연휴가 끝나는 오는 18일쯤 이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스의 미국 내 소송비 대납 혐의를 받고 있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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