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대법 "소변·모발시료, 눈 앞에서 밀봉 안 하면 마약증거로 못 써"

2018-02-19 12:00

조회수 : 2,39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마약 투여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당사자로부터 제출받은 경찰관이 그 앞에서 봉인용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조사실 밖으로 가지고 나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겼다면, 설령 양성반응이 나왔더라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마약투여 혐의(향정)로 기소된 차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차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돼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소변과 머리카락을 경찰관에게 임의 제출하는데 동의한 점, 시약을 통한 소변 검사결과가 음성이었던 점, 피고인의 눈앞에서 소변과 머리카락이 봉인되지 않은 채 반출됐지만 그 후 조작이나 훼손·첨가를 막기 위해 어떤 조처가 있었고 누구의 손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점, 감정물인 머리카락과 소변이 피고인의 것임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자료 역시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물이 피고인으로부터 채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결과의 증명력은 피고인의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차씨는 지난 2016년 9월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차씨 범행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그의 소변과 모발에 대한 약물반응 검사였는데 국과수 검사 결과 모두 양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차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경찰관이 자신으로부터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할 때 보는 앞에서 봉인하지 않은 채 가지고 나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