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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C2018-기획)①희망의 경제를 꿈꾼다…진화하는 한국형 '사회적경제'

관에서 민간으로 중심축 이동중…"정부지원과 별개로 자립심 더욱 키워야"

2018-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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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국내 경제 발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고 있다. 관 주도의 사회적경제, 민간 중심의 풀뿌리 조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들어 생산과 소비시스템의 기본 꼴을 갖춘 사회적경제조직이 자생적으로 탄생하며 한국형 경제발전의 새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의 틀을 갖춰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뜻한다. 그간 국내에서도 협동과 나눔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 주도 하에 농협과 수협, 새마을금고가 탄생하는 등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협동조합과 금융기관은 일상과 가까운 곳에 두루 자리잡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의 본령을 생각해 볼 때 이같은 전통적 방식의 관주도형 기관들은 소명을 다한 지 이미 오래인 상황이다. 전통적 방식의 사회적경제가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적문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회적경제조직에도 업그레이드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지목하면서 더욱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을 보면 협동조합 외에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형 사회적경제의 심장을 새롭게 뛰게 하는 밑바탕에는 다름 아닌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꽃 무늬를 활용한 디자인 제품을 팔고 수익금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기부하는 '마리몬드', 크라우드펀딩 후원을 하면 보드게임을 제작해 후원자와 지역아동센터에 각각 하나씩 전달하는 체험교구 및 보드게임 제작업체 '조이앤에듀', 생리대 유해성 논란 속 국내 최초로 생리컵 품목허가를 받아낸 여성용품 판매업체 '이지앤모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도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그간 소외돼온 가치와 사회계층을 돌아보면서도 틈새 소비수요를 자극하는 자생적 사회적경제조직이 엄연한 하나의 경제주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생존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1990년대초부터 국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헌신해왔던 송경용 나눔과미래 이사장은 국내에서 사회적경제가 새롭게 주목받게 된 계기로 양극화 심화와 공고한 대기업 독점체제를 지목했다. 20일 송 이사장은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양극화가 심하고 대기업 독점체계가 너무 강하다. 또 기존의 성장전략에도 한계가 왔다"면서 "이 구조에서 밀려난 개인들이 자영업으로 많이 진출했지만 생존하는 건 거의 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자영업의 경우 97%가 3년 안에 망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우엔 생존률이 70~80% 정도까지 올라온 가운데 생존전략이자 대안적 가치로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싹틀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송 이사장의 설명이다.
 
외국에 비하면 아직은 국내 사회적경제의 발전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송 이사장은 "그간 개인주의도 많이 확산됐지만 그와 똑같은 크기로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식도 성장했다고 본다. 이게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라고 말했다. '빨리빨리' 문화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정서적 기저에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지향이 있는 만큼 사회적경제의 파이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 가운데 정부차원의 지원과 제도 정비가 더욱 강화되면서 사회적경제조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창업과 영업을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의 강대성 이사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앞으로 강화될 정부 지원을 별개로 생각하고 자립심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기업으로서 영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느냐 여부가 결국 사회적경제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존 성장 중심 경제의 폐해를 극복할 대안으로 최근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가 주관한 '설맞이 사회적경제 우수상품 특별전' 모습. 사진/뉴시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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