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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보톡스 균주 분쟁 조만간 결판…승소시 대웅에 책임 물을 것"

(인터뷰)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

2018-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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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은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개발된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이다. 메디톡신이 출시되기 전에는 보툴리눔톡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메디톡스는 우수한 약효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보툴리눔톡신 시장에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의 40%를 점유하기도 했다. 2000년 바이오벤처로 설립된 메디톡스는 지난해 매출 18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2개 라인으로만 이룬 성공이다. 창업자인 정현호 대표이사 사장(56)은 올해 '비전 2022'를 발표하고 제2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까지 글로벌 바이오기업 톱20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해외수출이 본격화되면서 5년 안에 1조원 매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퀀텀점프(비약적 도약)가 경영 목표다. R&D 투자를 통해 바이오신약 개발에 나설 것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올해를 퀀텀점프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보톡스 특화기업으로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공격경영에 나선 것은 글로벌로 나가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론에서 비롯됐다.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교수 직함을 달고 연구벤처를 설립한 시절부터 절실히 느낀 부분이라고 한다.
 
정현호 대표는 보툴리눔톡신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1986년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카이스트에서 세포생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동 대학원에서 국내 첫 보툴리눔톡신 논문으로 박사학위(분자생물학)를 취득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객원연구원까지 마친 뒤 1995년 선문대 응용생물학부 교수에 부임했다.
 
메디톡스는 2000년 학내 벤처기업으로 시작됐다. 30년 간 보툴리눔톡신만 연구한 전문가조차 까다로운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는 만만찮은 과정이었다. 첫 의약품을 출시하는 데 6년이 걸렸다. 고진감래 끝에 2006년 '메디톡신'이 국내 발매됐다. 출시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회사명조차 생소한 바이오벤처의 보툴리눔톡신이었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회사 인지도와 브랜드 신뢰도가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제품력을 알아본 것은 의료진과 소비자였다. 메디톡스는 우수한 약효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보툴리눔톡신 1위에 올라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상회하며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정 대표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매출 신장을 통해 글로벌 톱 20위 안에 드는 게 메디톡스 목표다. 이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2022년 비전 선포식을 작년에 개최했다. 지난 1년 동안 목표를 잘 이뤘다고 생각한다. 신공장이 마련되면서 악성적으로 시달리던 보툴리눔톡신 물량부족 문제를 해소했다. 남은 5년도 목표 달성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비전 2022'는 2022년까지 매출 1조원, 시총 1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파이프라인 다변화에 나섰다. 정 대표는 비전 발표를 통해 베일에 쌓여 있던 10개 신약후보물질을 공개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매출액에 약 15%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3년여 동안 연구한 지방분해제가 전임상(동물실험)을 끝내고 임상(인체실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5~6년 준비한 황반변성치료제도 임상에 들어간다.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외에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다수다. 바이오텍 분야에서 R&D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에 개소한 광교 R&D 센터에서 200명 이상 연구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자본력과 연구 인력이 비로소 갖춰져 올해부터 R&D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메디톡스가 공개한 파이프라인은 당뇨병성막막증, 당뇨, 면역질환, 흑색종, 고형암 등 질환 치료제로 바이오신약이 8개, 합성신약이 2개다.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뛰어든다. 체지방감소제, 숙취해소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기기 파이프라인은 음경확대 필러, 유착방지제로 구성된다.
 
주력 사업인 보툴리눔톡신의 해외진출도 본격화된다. 메디톡스는 아시아, 중남미 등 총 33개국에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1812억원)에서 수출액이 65%(1196억원)를 차지한다. 이중 보툴리눔톡신 수출액(730억원)이 40%를 보인다. 보툴리눔톡신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보툴리눔톡신 1위 기업 엘러간과 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은 임상을 완료하고 최근 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유럽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에서 10% 이상 점유율 달성이 목표다.
 
"엘러간에 '이노톡스(액상형)'를 라이선스아웃했는데, 미국 cGMP(제조·품질관리기준) 문제로 미국 진출이 다소 지연됐다. 모든 준비가 작년에 전부 끝났다. 올해 임상용 시제품을 만들어서 엘러간이 올해부터 3상에 들어갈 것이다. 추가로 뉴로녹스(분말형)와 코어톡스(내성 감소)도 미국에 들어갈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과 균주 분쟁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표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를 두고 미국과 국내에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가 자사 제품과 염기서열(DNA 기본단위)이 일치한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보톡스 균주 전체 염기서열과 확보 과정 등 공개를 요구해왔다. 급기야 지난 6월 미국에서 소송을 청구했다. 대웅제약은 균주 자체 발견해 개발했으며 메디톡스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염기서열은 기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 요구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 미칠 우려가 있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대웅제약과 균주 논란은 조만간 재판부에서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메디톡스가 승소하면 그에 따른 재정적, 법적 책임은 대웅제약이 져야 한다."
 
그는 대웅제약에 공개토론 제안과 나보타 염기서열 공개를 요구했다. "대웅제약이 우리나라 약업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균주 논란은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훔쳐온 균주로 이미 허가가 났으니까 문제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제약발전을 저해하는 부분이다. 대웅제약이 떳떳하면 나와서 공개적으로 토론하면 된다. 유전자 염기서열 공개하면 형제 관계(균주 유래)인지도 다 알 수 있다."
 
정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보툴리눔톡신 균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문제가 아니라 보툴리눔톡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간과해선 안된다. 이미 생화학무기로 개발된 역사가 있다. 이런 위험한 맹균에 대한 출처와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과 소송 결과가 나오면 이제라도 보툴리눔톡신 관리에 대한 입법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전2022 달성을 위해 전 임직원이 의기투합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대표하는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
 
정현호 대표(좌측 다섯번째)와 귀빈들이 지난해 '메디톡스 광교 R&D센터 개소식 기념 커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메디톡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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