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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신동빈의 '가신' 황각규 부회장, 이제는 '수호신' 자처

비상경영체제 신속 가동…경영권 방어·그룹개혁 올인

2018-02-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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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동빈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부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신 회장을 만난 후 30년 가까이 줄곧 곁에서 보좌해 온 인물이다. 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과 롯데지주 출범 등에서도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의 마음을 읽고 실천해왔다. 그가 '신동빈의 가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재계 안팎에선 신 회장이 옥중에 있는만큼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고 있는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의 '가신'에서 이제는 '수호신'의 역할까지 자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황 부회장은 롯데 앞에 놓인 경영현안들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비상경영위원회 가동과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내부단속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선 황 부회장은 지난 13일 신 회장의 구속이 결정된 직후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과 이원준 유통 사업군(BU)장, 이재혁 식품 BU장, 허수영 화학 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을 소집해 본인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속히 가동했다.
 
설 연휴 직전인 14일엔 옥중에 있는 신 회장을 면회해 "국내외 경영전반을 두루 챙기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임직원과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키고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해달라"며 "협력사와 직원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궁금한 점을 설명해 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설 연휴기간에도 황 부회장은 내부단속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연휴 첫날부터 롯데월드타워 종합방제실 점검과 면세점 직원을 격려하고 해외 사업관련 업무를 챙겼다. 특히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며 특허 취소논란에 휩싸인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직원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안팎에선 황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현재까진 신 회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무난히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을 대신해 그가 해야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우선 21일,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원롯데'를 표방한 신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경영권 분쟁 재점화를 위해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22일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신동빈 회장의 옥중경영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며 "남은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하고 근본적 쇄신과 재건을 통해 롯데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신 회장은 자신의 도덕적 흠을 들어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이 있을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들을 설득하는 이른바 '한일 셔틀경영'으로 경영권을 성공적으로 방어해왔다. 하지만 '옥중경영'으로 운신의 폭이 제한된만큼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을 대신해 일본 내 주주들의 이탈을 막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오는 27일 열릴 롯데지주 주주총회도 향후 비상경영체제의 순항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날 롯데는 6개 비상장 계열사를 롯데지주와 흡수, 합병하기 위한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는 신 회장이 천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주총에선 의결권이 있는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발생 주식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분할합병안이 승인되기 때문에 충족요건을 채울지가 관심사다.
 
롯데 측은 신동빈 회장이 10.41%,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3.88%이기 때문에 해당 안건 처리는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황 부회장에겐 혹시 모를 마지막 변수까지 꼼꼼히 챙겨, 신 회장의 의지를 주총에서 관철시켜야 한다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전망이다. 또, 이번 주총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경영권 탈환을 노리는 신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임시주총을 언제 소집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롯데 관계자는 "황 부회장은 설 연휴 첫날과 구정에도 현장에 나와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도 소통해 현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었고, 그룹의 개혁작업도 미완성 단계였던만큼 신 회장의 '옥중경영'으로는 제대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올 초 그룹의 2인자로 추대된 황각규 부회장의 역할이 막중해진 셈이고 신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만큼 그가 롯데의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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