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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지주사 전환 앞두고 '광폭행보' 효성, '재무부담' 불식 과제

베트남에 1.4조 통큰 투자…해외사업 강화 가속

2018-02-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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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오는 6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조현준 효성 회장의 거침 없는 광폭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화학과 섬유사업 강화를 통한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조 회장은 주력사업 강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1조4000억원대 투자가 계열사의 재무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 최근 적발된 입찰 담합 혐의와 분식회계 논란 등 각종 문제로 추락한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 역시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 6일 1962억원을 출자해 베트남에 효성비나케미칼(가칭)을 신규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이 법인은 현지에서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과 판매 등을 담당한다. 효성비나케미칼은 오는 6월 효성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신설회사인 효성화학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앞서 효성은 지난해 2월 베트남 정부와 바리아 붕따우성에 있는 까이멥 산업단지에 13억달러(1조4200억원) 규모 PP생산공장·액화석유가스(LPG) 저장시설·석유화학제품 부두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이 지난 2016년에 이어 이달 8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만난 것은 현지 사업에서 정부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효성은 까이멥 단지를 비롯해 중부에서 추가 생산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등 베트남 투자 확대로 수출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인도 뭄바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현지에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효성은 내년까지 1억달러(1080억원)를 들여 공장을 세운 뒤 현지 수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효성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1조4000억원대에 달하는 베트남 투자금이 자칫 효성비나케미칼 모회사인 효성화학과 다른 계열사에 채무상환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법 제530조의9 제1항에 따르면 분할존속회사와 분할신설회사는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연대해 변제해야 한다. 효성비나케미칼 투자는 지주사 전환 전 차입계약을 체결해 연대보증 범위에 속한다.
 
특히 효성화학의 경우 베트남 투자계획이 향후 채무상환능력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효성화학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351%로, 지주사인 효성(13.6%)과 신설회사인 효성티앤씨(164.4%), 효성중공업(163.6%), 효성첨단소재(149.3%)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중동 지역이 석유화학설비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데다가 베트남 내에서 PP와 석유화학 기초원료 공장 구축을 진행하고 있어 현지 사업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오너리스크와 담합 등 잇따른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효성은 지난 21일 원자력발전소 변압기 납품가격을 담한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앞서 효성은 지난해 9월 회계부정으로 금융위원회에서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도 있다. 효성을 이끌고 있는 조 회장도 지난 1월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실추된 대내외 기업 이미지 회복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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