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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금감원, '상주 검사'로 권한 되찾기?

2018-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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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금융부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고강도 감독권을 휘두르겠다는 의지를 거침없이 밝히고 있다. 요즘 금융권의 핫이슈는 최흥식 원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상주 검사역' 제도다.
 
상주 검사역 제도의 모델은 미국 통화감독청의 '전방위 입점 검사'로 알려졌다. 은행 건물 안에 당국 검사 인력들이 독립된 사무실을 차려놓고 경영진 면담, 문서 열람, 전산망 접속 등 모든 업무를 샅샅이 들여다보는 식이다.
 
최 원장은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가계부채나 경영관리 등 리스크 사전 방지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형 은행에서 건전성 부실이 발생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더욱 밀착 감시해 위험요인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상주검사역 제도가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상주검사역의 시범 모델로 운영되는 금감원의 상시검사팀은 지난 12월 신설됐으며, 현재 금융사의 사외이사 선임이나 경영 승계 절차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피감기관인 금융사들은 상주검사역 제도에 대해 '옥상옥' 관치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상주검사역이 금융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기 보다는, 은행의 경영에 직접적인 개입과 간섭만 더 늘릴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최흥식 원장이 상주 검사역제 도입을 처음 거론한 시점이 민간 금융회사의 CEO 선임 절차를 문제삼았을 때여서 도입 배경에 대한 뒷말도 없지 않다.
 
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금융사들은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로 이사회 멤버를 교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대표적인 친문단체의 전문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며, 뜬금없이 계열사의 부회장직을 신설해 문 대통령 캠프 멤버를 영입하기도 했다.
 
당국이 검사 인력을 금융사에 상주시켜 금융사 임원 후보 심사를 들여다보는 등 지배구조 압박이 거셀수록 정부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가 횡행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최 원장의 아이디어는 금감원의 권한과 위상 회복이 절실하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특혜채용건이 적발되면서 채용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금융사가 지배구조 권고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칼날이 무뎌졌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최 원장도 최근 금감원의 권한과 위신을 강조하는 행보를 자주 보이고 있다. 최근 금감원 '새출발 결의대회'에서 "여론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하는가 하면 "당국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도 할 일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입장에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상주 검사역 제도나 지배구조 검사 등이 재량권에 해당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권위를 되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태껏 금융권 채용비리나 각종 대형 금융사고가 금감원의 권한이 적어서 터졌겠느냐 스스로 먼저 되돌아보고, 권한을 되찾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싶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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