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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가상화폐' 특별점검…또 '이중플레이'

FIU, 4월 자금세탁 점검 통보…은행권 "해볼테면 해봐라식 엄포"

2018-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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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정상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가상화폐로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인 가상계좌에 대한 자금세탁 특별점검을 예고하면서 은행들이 당국의 정책 방향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당국이 표면적으로는 시장 자율을 강조하지만, 은행들을 비공식적으로 압박해 여전히 가상화폐 거래를 막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내달부터 국민·신한·하나·기업·농협·광주 등 가상계좌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춘 6개 은행에 대해 자금세탁 특별 점검에 들어간다. 가상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개설한 법인계좌와 연관된 계좌다. 이 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자금의 입출금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확인시스템이 구축된 은행들의 시스템 운영 상황과 자금세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본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에 가상계좌 실명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 6개 은행이 지난 1월 말부터 관련 시스템을 개시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금융당국의 입장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가상화폐의 거품은 빠진다. 내기해도 좋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달 20일에는 "정상적인 가상화폐 거래는 금융당국이 지원하겠다"며 "실명확인시스템을 구축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나서게끔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특별점검 등의 검사일정이 알려지면서 은행권은 우회적인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세탁 특별검사 일정을 잡아놓고 가상계좌 발급을 독려하면 누가 자신 있다며 나서겠나"며 "시장 자율에 맡겨 놓고 문제가 생겼을 때 엄벌하는 것과 '자신 있으면 해봐라' 식의 엄포는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은 가상계좌 발급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 보다는 '왜 정상 거래 하지 않느냐'는 고객 민원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고도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는 은행들 탓을 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있는 만큼 당국 입장에서 리스크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지, 시장에 압박을 주거나 할 의도는 전혀 없다"며 "시장 자율을 의심하는 것은 자금세탁 방지 등의 리스크 관리에 자신이 없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 사이트 매장 시세표를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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