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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현장+)‘사드보복 굴레’ 못 벗은 명동...하늘 길 열리면 개선될까

2월 중국인 방문객 작년보다 40% 감소...면세점 방문은 점차 회복

2018-03-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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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13일 오전 11시 명동 거리. 한창 관광객이 붐빌 시간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화장품 가게가 몰려 있는 거리에선 점원들의 호객 소리가 허공에 떠돌다 금세 사라졌다. 관광객이 가득 차 있는 점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히려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은 점포가 대다수였다. 거리를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마저도 관심 없듯 가게를 지나쳤다.
 
13일 명동 거리 화장품 가게. 사진/뉴스토마토
 
마사지 체험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는 점원들도 부쩍 움직임이 느려졌다. 한산한 거리에서 관광객을 마주치는 경우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점원의 손에 가득 든 전단지는 수십 분이 지나도 크게 줄지 않았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점원의 표정에는 씁쓸한 웃음이 묻어났다.
 
사드 보복 조치를 내린 지 1년이 지났지만 중국인 관광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9353명으로, 2016년 806만7722명보다 48.3%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한국과 중국 정부가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공동 발표가 이이지고, 같은 해 11월 중국 베이징과 산둥성에서 한국 단체관광이 허용됐다. 그러나 잇따른 양국 간 관계 개선 조치에도 중국인의 한국 방문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에도 중국인 입국자는 전월 대비 4만4571명 늘어난 36만70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2% 줄어들었다.
 
중국인을 포함한 전체 관광객도 감소했다. 지난 2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줄었다. 2월 동안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음에도 관광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사드 보복의 기세가 쉽게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관광객 방문 점점 늘어...유커보다 산커 비중이 높아
 
 
13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사진/뉴스토마토
 
"환잉 꽝린(어서오세요)!"
 
그나마 면세점에선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선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품을 구매하려 줄까지 서는 광경이 벌어졌다. 한 선글라스 업체와 일부 명품 매장에선 제품을 구매하려는 관광객이 늘어나며 안전 라인을 부랴부랴 설치했다. 줄이 길어지자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는 관광객들도 나타났다. 이밖에 캐리어를 이끌고 물건을 가득 사거나 양팔에는 가득 물건을 산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화장품 매장 점원은 "사드 보복 이전보다 관광객이 절반 정도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서서히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라며 "단체 관광객인 유커보다 개인 관광객인 싼커가 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통역 봉사를 하는 서울시관광협회의 한 직원도 “5일 전부터 주말에 평소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1.5배 정도 늘었다”며 “특히 최근 일주일 사이 대학 입시 전 짧게 여행을 다녀오는 일본 학생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중 항공 노선 잇단 재개, 한국 방문객 예년 수준 찾을까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사진/뉴스토마토
 
앞으로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온다. 사드 보복에 막힌 항공 노선 운항이 속속 재개되면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2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단했던 중국 선양, 닝보, 다련, 하얼빈, 상하이 등 5개 노선을 올 하반기부터 재운항 한다고 밝혔다. 이날 티웨이항공도 내달 4일 인천~지난, 이달 27일 인천~원저우 노선을 복항한다고 전했다. 항공 노선 복원, 금한령 등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해제가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따라 한국 방문 관광객과 관광 수익이 예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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