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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상생순회'로 재계 압박?…기업들 "홍보효과 커" 되레 호평

LG-현대차 이어 14일 SK 방문…재계 일각 '선물보따리' 부담 토로

2018-03-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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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독려하고 기업이 상생 화답하는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 있는 혁신·상생 성장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풀어나가는 형태다. 재계에선 '상생 순회'가 기업들에 선물보따리를 요구하는 부담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방문 기업들은 대체로 홍보효과가 좋았다는 긍정적 반응이다. 지속가능 성장에 필요한 부분인데 기왕에 할 일, 더 큰 홍보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만남을 어찌 볼지는 관점의 차이란 얘기다.
 
김동연 부총리는 14일 SK그룹과의 간담회를 열고 ‘혁신성장’과 ‘청년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기업이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하면서 "SK가 역점 추진 중인 딥체인지(Deep Change)와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SK그룹은 주요 신사업 투자, 일자리 창출, 협력사·사회적 기업 지원 등 상생협력 계획을 발표해 화답했다. 최태원 회장은 "혁신성장은 정부와 기업이 서로 대화하면서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보조도 맞추면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5대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2만8000개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5000억원(전년대비 44% 증가, 전년 순이익의 2배 수준)을 투자하고, 8500명 신규 채용과 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동반성장펀드를 6200억원으로 확대(2019년 800억원 추가)하고, 협력사 교육 등을 위한 동반성장센터를 오는 6월 설립하기로 했다. 이밖에 사회적 기업 제품 우선구매(행복나래, 2017년 270억원), 사회적 기업 전용펀드 조성(민간 최초 110억원 규모) 등도 약속했다.
 
만남은 쌍방향 통행이다. SK도 산유국 FTA, 기업투자 세제지원, 5G 등 신산업 추진, 사회적기업 활성화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김동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SK 본사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간담회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처음 LG를 찾았다. 당시 LG는 올해 19조원 투자, 1만명 고용, 협력사 상생협력에 8500억원 규모 기금 조성 등의 방안을 내놨다. 지난 1월 현대차와의 만남 이후에는 최저임금 충격에 대비한 2·3차 협력사 1500억원 지원 발표가 이어졌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지원 계획을 내놓자, 재계에선 다음 기업은 어떤 선물을 안겨야 할지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하지만 중간에서 다리를 놓는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부총리 방문에 응할 기업을 수소문할 뿐 만남을 강제하는 부분은 없다고 했다. 재계에도 만남에 대한 수요가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상생이 마치 정부가 옥죄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는데 협력사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본류도 발전한다는 인식엔 이견이 없다"며 "그것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해야 할 일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도 "투자나 채용, 일자리, 상생협력 같은 것은 기업 고유의 경영계획으로 연초에 준비하지 않는 곳이 없다"며 "그것을 외부에 발표하냐 안하냐의 문제지, 필요하면 그런 사례를 대외적으로 크게 공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업어주고 싶다"며 직접 공장을 방문해 일자리 모범사례로 칭찬했던 한화큐셀은 뜻밖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이 회사 노사는 사전에 주 42시간 근무제 전환, 그에 따른 청년 인력 추가 채용, 기존 임금의 90% 이상 보전 등에 합의했다. 이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것이 청와대에 전달돼 축하 방문까지 이뤄진 사례다.
 
행사 준비도 예전 정부들과 달랐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의전이나 행사 치장 등 준비할 것도 없이 플래카드 정도만 내걸었다"며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신경쓰는 배려를 느꼈다"고 전했다. 또한 "인터넷 등 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크게 높아진 것도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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