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시론)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이명박 정권

2018-03-16 06:00

조회수 : 6,267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17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에 대하여 ‘도덕적으로 완전 무결한 정권’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또 2007년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경선과정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에 대한 모든 종류의 혐의사실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입장을 줄기차게 견지하고 있다.
 
2018년 3월 14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 청사 계단 앞 포토라인에서 ‘국민께 송구하다, 할 말은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말하며 소회를 밝혔던 그는, 9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에서 영상녹화와 함께 꼬박 14시간여에 걸쳐 자신에 대한 20여 가지 혐의사실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어 밤 11시56분쯤부터는 자신의 진술 조서에 대한 열람 및 수정 요청을 6시간30 분 가량 이어 나갔다.
 
혹시라도 조사를 마치고 대국민 메시지나 조사에 대한 소회를 밝힐 것인가 궁금해 하던 국민들과 취재진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는 15일 새벽 6시35분쯤 검찰 청사 문을 열고 나와 그 앞에 운집해 있던 취재진과 관계자들을 뒤로 하고 굳은 표정으로 곧바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조사를 받으러 가는 사람은 들어가기에 앞서 ‘국민께 송구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충분히 소명했다.’는 등의 말을 하거나 ‘국민들게 감사하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테지만, 그는 자신의 변호인들을 향해 ‘수고했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비추어,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검찰 조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혐의사실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고, ‘실무진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영포 빌딩 등에서 나온 자료들에 대해서는 ‘조작된 문서’라는 주장을, 측근들의 진술 등에 대해서는 ‘그들이 거짓말 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식의 조사에 따른 당연한 귀결로 아마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하루 빨리 귀가해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한 전략을 짜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간간히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에 상반되는 내용의 증거를 상당 부분 제시하였고, 이 전 대통령은 그러한 증거들에 놀라고 당황하면서도 ‘모른다’는 식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보여왔던 태도이기 때문에 별반 놀랄 것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검찰의 비교적 ‘담담한 태도’이다. 검찰은 시종일관 ‘이 전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과 부인 전략을 예상했었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우리는 제시했고 그 쪽은 부인했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로서는 그런 식의 부인 전략을 방어권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 얘기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건 않건 간에 검찰은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또 차고 넘치는 증거들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설득이 안 되고 납득이 가지 않는 이 전 대통령 측의 대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정했던 몇 가지, 예컨대,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은 조작된 것"이고, "삼성이 비용을 대신 내준 사실은 전혀 몰랐으며 …미국로펌이 무료로 도와준 걸로 알았다"는 말은,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무관하다면 미국의 유수 로펌이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한국의 대통령을 찾아와 무료로 소송을 도와준다는 말을 왜 했다는 것인지, 그런데 왜 삼성이 그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인지 설명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김희중에게 주었다는 10만불 수령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용처는 밝히지 않겠다‘고 했고, 도곡동 땅 매매대금 중 67억원은 형으로부터 빌려 자신의 사저 관련 비용으로 사용했지만 이는 빌린 돈이고 이자는 낸 적이 없으며 차용증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진술은 누가 보아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말이어서 결국 이번 조사는 검찰 측의 판정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고 정직이 가훈이라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가 다시 한 번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