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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조종사 비행시간 줄인다더니…국토부, 업계 반발에 '포기'

13→12시간 단축방안, 최종 개정안서 빠질 듯

2018-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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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국적항공사 조종사의 비행시간을 최대 13시간에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항공업계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비행시간이 12시간으로 단축되면 미주·유럽노선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게 업계의 반대 이유다. 국토부는 이달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정작 가장 핵심이었던 비행시간 단축은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국토부, 국적항공사 노사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이달 발표할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비행시간(승무시간)을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마련한 초안에는 조종사 3명이 비행 시 13시간에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국적항공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조종사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승무시간 단축안(조종사 3명, 1시간 단축)은 뒷전으로 밀렸다. 승무시간은 항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직후부터 도착해 엔진이 꺼진 상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운항승무원 승무시간 등 개정관련 2차 공동의견서'에는 승무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업계의 입장이 담겼다. 공동의견서는 국적항공사 공동대표단이 지난달 작성해 국토부에 제출했는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 티웨이 에어서울 에어인천 한국항공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단은 의견서에서 "국토부의 개선안을 따르면 국적항공사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국제통용 기준을 고려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부내용을 보면 LCC가 아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관련돼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게 공동의견서의 주된 내용이다. 
 
공동의견서에 따르면 승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면, 대한항공 조종사 94명, 아시아나항공은 5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인력구조에서 개선안이 시행되면 일 63편(대한항공 45편, 아시아나 18편)이 감축되고, 1만4400명의 승객 탑승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게 공동대표단의 주장이다. 공동대표단은 특히 노선감축으로 인력 2600여명(대한항공 2000명, 아시아나 606명)이 감축되거나, 신규채용 인원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공동대표단이 2차례 의견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토부의 승무시간 단축은 사실상 무산됐다. 국토부는 이후 승무시간을 12시간으로 단축하지 않는 대신, 장거리 노선에 조종사 4명이 2인1조로 운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인1조로 교대로 운항해 피로를 줄이라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사가 합의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항공사의 반대로 노사간 논의는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다. 승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면 미주·유럽 노선은 조종사 1명을 추가해 4명이 운항해야 한다. 결국 단축안과 중재안(조종사 4명, 2인1조)이 대동소이해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국토부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국토부, 항공사, 조종사협회, 노조의 최종담판은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토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승객 안전을 고려해 승무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도 결국 업계 반발에 밀려 이를 번복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국토부가 항공사 눈치보기에 급급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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