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순철

(토마토칼럼)광물공사 해법, 순서가 틀렸다

2018-03-23 06:00

조회수 : 5,52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이명박정부 당시 석유공사와 함께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공기업이었던 광물자원공사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우량공기업이 하루아침에 빚더미를 안고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해외자원개발혁신TF가 내놓은 ‘광물공사 진단과 처리방향 권고안’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투자부터 경영까지 심각한 오점을 남겼다. 광물공사가 인수한 멕시코의 볼레오 광산의 경우 현지 운영사의 부도상황에서 국내 파트너사와 합의도 없이 운영사 지분을 단독 인수했으며, 프로젝트 채무(PF)를 공사 차입금 및 공사 보증채권으로 전환해 모든 리스크를 떠 안았다. 이에 따라 광물공사는 부채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5000억원에서 2016년말에는 5조20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해외자원개발 투자금에 대한 회수 가능성도 낮다. 현재 누적회수액은 5000억원으로, 총 투자액(5조원) 대비 10%정도에 불과하며 이미 확정된 누적 손실액(19억4000만달러)은 총 투자대비 41%로 수준에 이른다.
 
TF는 부실 원인을 이명박정권 차원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계획과 함께 광물공사 경영진의 책임회피성 의사결정 및 운영능력 부족, 이사회의 전문성과 책임성 부족으로 인한 공사에 대한 견제 기능 부재, 정부의 감독기능과 사채발행 등 관리 미흡 등을 제시했다.
 
TF는 이같은 광물공사의 부실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광해공단이 광물공사를 떠안는 방식은 땜질 처방일 수 밖에 없다. 우선 이 두 기관은 이질적인 조직이다. 광해공단은 정선, 태백 등 폐광지역과 주변의 광산피해지역 복구와 대채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됐다. 공단의 재원은 강원랜드 배당금(연간 800여억원)이다.
 
둘째, TF는 두 기관이 통합하면 자산은 5조9690억원, 부채는 5조902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광물공사의 부채 도래액이 4조4000억원임을 고려할 때 통합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광해공단 마져 빚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광물공사의 부채청산을 위해 강원랜드 공공지분(38.3%)를 매각한다면 광해공단의 부실화도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번 TF안에서 책임자 규명과 재발방지책이 빠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TF는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원인과 책임규명을 한 후에 광물공사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작년 말 광물공사 자본금을 2원에서 3조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TF의 논의사항은 광물공사의 기능조정과 광해공단과의 통합에 맞춰져 있었다.
 
TF는 앞으로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발생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TF의 역할은 끝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광물공사라는 조직이 없어지면 자료 소실 등 조사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철저히 TF 뒤에 숨어 민감한 결정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중요한 공기업 구조조정 결정을 산업부가 직접하지 않고 민간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여부는 오는 30일 개최되는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판가름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권순철 경제부장
  • 권순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