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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바이오가 부업'…제약산업 진출 활발

선박·조명 회사도 신약개발 도전…외부업체 투자·협업 사례도

2018-04-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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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제약산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 않은 업체들이 신약개발에 줄줄이 도전하고 있다. 제약·바이오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을 신규 등록한 업체 수는 2013년 9개소, 2014년 20개소, 2015년 15개소, 2016년 16개소였다. 2017년에는 30개소로 최다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등록된 의약품 제조업체는 745개소에 달한다.
 
2017년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658건에 달한다. 이중 제약사(476건)가 72%를 차지하며, 대부분 국내 전통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가 점유하고 있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영업 기반을 갖춘 제약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의약품 사업은 시장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다른 업종의 업체들이 의약품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고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의약품을 허가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며, 정부 규정에 부합한 생산설비도 갖춰야 한다. 제품 판매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복제약 1개로 최종 허가와 보험급여를 획득하기까지 1~2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약은 임상 1~3상을 거쳐 판매까지 10년 정도가 걸린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도 반드시 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제약산업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본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외부 업체와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985년 설립된 에이치엘비(028300)는 구명정 제조가 주업이지만 최근에는 바이오 업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8년  라이프코드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시작한 '늦깎이' 제약 사업이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만큼 성장했다.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은 최소 2조원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10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신약후보물질 중에서 글로벌 진출 상용화 속도가 가장 빨라 제약업계와 투자자들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3상을 올해 안에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스코비(006490)는 MVNO(알뜰폰)가 주사업이다. 바이오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일 의료기기와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루메드의 주식 43만6500주를 160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비상장 관계사인 아피메즈는 바이오신약 '아피톡스'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시판허가를 위해 올초 FDA와 미팅을 진행했으며, 해외업체에 기술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조명업체 필룩스(033180)는 378억원에 미국 신약 개발업체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 지분 인수 대상은 미국 바이오벤처 바이럴진으로, 대장암 전이암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임상 1상을 끝내고 현재 임상 2a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아닐린호르몬수용체(이하 GCC) CAR-T 치료제 및 GCC 면역유산균 개발을 위해 TDT(Targetes Diagnostics & Therapeutice, Inc) 및 코아젠투스와 MOU도 체결했다.
 
원두커피 업체 한국맥널티(222980)는 제약 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 일반·전문의약품의 의약품위탁생산(CMO)사업에 진출했다. 제약 부문 매출은 지난해 78억원으로 전체 매출(329억원)에서 24%를 차지한다. CMO와 개량신약 개발 등으로 의약품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의약품 제조·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어 새롭게 제약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지난해 IR행사에서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항암제 '리보세라닙' 등 회사 파이프라인을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에이치엘비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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