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조용훈

(피플)"서울촛불교육감 경선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결정체"

"경쟁교육이 가장 큰 문제…해결 선행 조건은 바른 교육감 세우는 일"

2018-04-24 06:00

조회수 : 2,70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제도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입제도 개편을 비롯해 고교학점제 도입, 대학구조개혁 등 일련의 변화는 향후 학생과 학부모에겐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이다. 하지만 박미향(54) 서울촛불교육감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교육환경이라고 강조한다. 한 반에 절반 이상의 학생이 수업 중 잠을 자는 현실에서는 어떤 변화도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는 경쟁교육에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올바른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촛불정신을 이어받아 진보진영의 교육감 경선을 진행 중인 박 위원장에게 추진위의 의미와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촛불교육감추진위 사무실에서 박미향 집행위원장이 인터뷰 후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지난 20년간 시민사회에서 '평등교육' 실현을 위해 일해왔다.
 
2002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작됐다. 그 일환으로 학교운영위원회비 반환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육성회비라는 명목으로 학부모들한테 돈을 거뒀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번에 5만~6만원씩 내야 했다. 학교 졸업앨범 제작도 공개입찰로 전환했다. 제작 단가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얼마나 비리가 많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학교 급식도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위탁으로 운영하던 것을 직영으로 전환했고, 결국엔 친환경 공공급식까지 이어졌다. 이밖에 일제고사 거부운동, 교원평가 반대운동 등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다양한 교육정책 운동을 펼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들과 함께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특히, 주민발의 서명 접수를 받는 과정이 험난했다. 대부분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를 비롯해 보수단체들의 공격도 상당했다. 조계사 앞에서 서명하나 받는데 한 시간씩 걸리기도 했다. 지금은 이름과 주소만 적으면 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주민번호까지 다 적어야 했다.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12만명정도의 서명을 받았는데, 나중에 화인해 보니 1만 명가량이 허수였다. 어쨌든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고, 그때 함께했던 청소년들이 지금은 어엿한 청년이 됐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경쟁교육이다. 같은 질문을 학생들에게도 해도 대부분 경쟁과 차별이라고 답한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경쟁교육에 대한 제도적인 개혁이 없는 한 대한민국 교육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경쟁과 차별을 조장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당연히 입시제도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모두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사교육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일반고의 경우 한 반에 70% 이상이 수업 중 잠을 잔다. 학생들이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업에도 흥미를 잃고, 학교가 싫어지면서 학교폭력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이 하루에 한 명꼴로 자살하는 이유도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청소년이 가장 불행한 나라라는 오명을 얻었겠나.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하고, 그 선행조건은 바른 교육감을 뽑는 일이다.
 
지난 2016년 열린 워크숍에서 박미향 서울촛불교육감추진위 집행위원장과 활동가들이 교육혁신지구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미향 집행위원장
 
서울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촛불시민혁명 과정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그 이후 교육 분야에도 많은 과제들이 남겨졌다. 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느끼기에 지난 촛불시민혁명 이전보다 나아진 건 없다. 현재 우리 교육계의 가장 큰 과제는 교육적폐 청산과 교육개혁의 초석이 될 단일한 민주진보 교육감을 선출하는 일이다. 촛불시민혁명이 민주주의 실천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현을 이루어 낸 것이라면 교육계에서도 더 단단하고 강력한 힘을 부여할 교육감 선출이 필요하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겨울 함께 촛불을 들었던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청소년 참정권을 13세 이상으로 결정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실천은 투표고, 결국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전에도 유사한 예가 있었나.
 
추진위는 선거를 준비하는 게 아닌 경선을 관리하는 한시적 임의기구다. 서울에서 진보단일교육감 선출을 위한 경선은 지난 10년간 총 4번이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이 5번째라고 보면 된다. 당시에는 보궐선거였는데 소수의 교육단체들이 모여 7인위원회를 구성하고, 진보교육감 후보로 주경복 후보를 추대했지만 1.7% 뒤진 38.31%의 지지율로 아깝게 탈락했다. 2010년에는 민주진보단일후추대위원회를 구성해 곽노현 후보를 당선시켰고, 2012년 보궐선거에서는 범민주진보단일후보추대위를 구성해 이수호 후보를 뽑았지만 낙선했다. 이후 2014년에 범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후보경선을 준비하고자 서울좋은교육감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희연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해 무사히 4년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추진위 구성과 단일화 추진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4년 추진위 구성 당시 참여 대상을 범시민사회단체로 열어뒀다. 그 과정에서 교육단위와 시민사회 단위의 갈등이 생기면서 중도에 탈퇴하는 단체가 생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추진위는 시작부터 순조로웠다. 일단 촛불시민혁명을 경험한 단체들이 모여서인지 추진위 명칭부터 큰 반대가 없었다. 
 
또 과거 추진위 운영이 선거법이라는 제한적 한계 때문에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경험이 대부분인데 반해, 이번 추진위는 촛불의 경험을 되살려 선거법이 허용하는 한에서는 최대한 공개해 운영을 하는 점이 새롭다. 전체 일정 중 중요 사항은 대표자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결정된 사항은 집행위가 실행하는데, 각 후보도 적극적으로 따라주신다. 단지 이번처럼 현직 교육감이 경선에 참여한 사례가 없다 보니 초기에 현직교육감의 참여와 경선 룰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그만큼 참여단체들의 중압감도 컸다. 그래서 선관위 대응을 위한 별도 법률지원팀까지 구성해 운영했다.
 
다른 지역과 특이한 점은 본선 60일 이내에 방송토론이 가능하다는 일정 때문인지 두 개의 방송국에서 3차례의 방송토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토론을 통해 추진위 소속 회원들은 후보들에 대한 변별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일화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촛불교육정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진행과 추진위와 후보 간의 협약식 체결이다. 지난 추진위보다 한 달 이상 길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각 지역별, 주체별 토론회 혹은 간담회를 진행한다. 여기서 모아진 의견들은 종합토론회를 통해 취합하고, 향후 각 후보들과 정책 협약식을 맺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책은 결국 촛불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촛불정신이라는 건 결국 가장 밑단에 있는 다수의 의견이 모아져 위로 올라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결정체다. 조희연 후보든 이성대 후보든 어느 누가 진보진영의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반드시 경선에서 승리해 임기 기간 촛불정책을 실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 조용훈

  • 뉴스카페
  • email